장 미셸 오토니엘
프랑스 조각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1964-)의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물질’보다 먼저 ‘감각’을 경험한다. 유리, 구슬, 금속, 거울과 같은 전통적이고 공예적인 재료가 그의 손을 거치면 어느새 빛과 공기,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는 섬세한 조형 언어로 변한다. 흔히 현대조각이 차갑고 개념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오토니엘은 그 편견을 완전히 뒤집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개념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구조적이면서도 서정적이며, 무엇보다 물질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미술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조각가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유럽·미국·아시아의 주요 미술관들은 그의 작업을 반복적으로 초청하며 시대의 조형 언어를 확장하는 작가로 평가해왔다.
오토니엘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드는 핵심은 빛과 공간을 조각화하는 능력이다. 그가 사용하는 유리와 구슬은 단순히 반짝이는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공간의 온도를 변화시키는 물질적 존재다. 관람자가 작품 앞을 오갈 때마다 구슬의 표면은 끊임없이 주변의 색과 움직임을 비추고 반사하며, 보는 각도와 빛의 세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정지된 조각이라기보다, 관람자의 시선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설치’처럼 체험된다. 이 감각적·시간적 조형성은 미술관, 공공 공간, 건축적 환경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그의 작업을 더욱 확장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이 오토니엘에 일찍부터 주목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재단은 1990년대 이후 그를 전시와 프로젝트, 컬렉션에 꾸준히 초대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까르띠에 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동시대 감수성(contemporaneity and sensibility)”을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작가들을 선택해 왔는데, 오토니엘은 그 철학과 가장 완벽하게 맞닿아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쉽게 소비되는 표면적 미학을 넘어, 물질과 감각,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서정적인 방식으로 번역한다. 재단이 그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작품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는 조각”이라는 재단의 시각적 태도를 가장 정확하게 구현하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토니엘은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 공간뿐 아니라,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재단 건물과 정원에서도 여러 차례 작업을 선보였다.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그의 곡선 조각들은 투명한 유리 파사드, 주변의 식물과 나무, 자연광과 겹쳐지며 건축·자연·예술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까르띠에 재단이 중요하게 생각해온 “건축과 예술, 도시와 자연의 공존”이라는 키워드는 오토니엘의 작품을 통해 가장 시적이고 직관적인 형태로 구현되었다. 재단에게 그는 단순히 초대 작가가 아니라, 재단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존재, 하나의 감각적 환경을 구축하는 파트너에 가까운 작가였다.
오토니엘이 까르띠에 재단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 2003년 《Crystal Palace》 는 단순한 조각 전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건축 · 자연 · 물질 · 시간 · 관람자 경험이 일체가 되는 ‘조각적 공간 실험’의 시작이었다. 유리와 금속, 구슬이라는 재료에 빛과 공간을 불어넣고, 그것을 유리 건물과 정원이라는 ‘살아 있는 무대’ 위에 배치함으로써, 조각이 더 이상 ‘물체’가 아니라 ‘공간의 감각을 재구성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오토니엘의 감각적 조형 언어가 전 세계 대중에게 폭발적으로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디올(Dior) 과의 협업이다. 2012년 그는 디올의 상징적 향수 ‘J’adore’의 오브제를 재해석하며, 향수병을 하나의 조각적 오브제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선보였다. 유리와 금속이 흐르는 듯한 곡선을 이루는 구조 속에서 황금빛이 부드럽게 진동하며, 향수의 여성성과 관능성을 시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에는 다시 한 번 J’adore 프로젝트에 초대되어, 디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자신의 조각 언어를 결합한 또 다른 오브제를 선보였다. 이 두 협업은 그가 단순한 현대 미술 작품의 조각가를 넘어, 럭셔리 하우스의 미학을 번역하고 재해석하는 ‘감각의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장 미셸 오토니엘이 한국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한국 컬렉터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수요를 가진 조각군에 속하며, 특히 대형 유리 구슬 조각과 유리 구조물은 한국의 주거 공간, 기업 로비, 갤러리 환경과 유독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요소가 겹쳐 있다. 첫째, 유리와 금속이라는 재료가 주는 고급스러운 질감이 한국의 컬렉팅 문화와 잘 맞는다. 둘째, 그의 작품은 직관적인 아름다움과 명확한 조형성을 지니고 있어 현대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셋째,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는 곡선과 빛의 움직임이 한국의 건축·인테리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여백’과 ‘균형’의 감각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열린 개인전《Jean-Michel Othoniel: Treasure Garden》은 한국에서 그의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킨 결정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전시가 개막하자 주말마다 미술관 앞에는 긴 대기줄이 이어졌고, 하루 수천 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는 날도 있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여행과 전시 관람이 쉽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 열기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SNS에는 “빛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어디서 찍어도 작품이 된다”는 후기가 넘쳐났고, 유리·거울·구슬이 만들어내는 반사광은 사진과 영상 속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온라인에서의 이 빠른 확산은 오토니엘의 작품이 이미지 시대의 감각과도 완벽하게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가장 강하게 반응한 작품들은 오토니엘의 대표적 방법론인 유리 구슬 조각군이었다. 작품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지만, 곡선과 반사광, 구슬의 입체 배열이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의 ‘정지된 조각’이 아니라 ‘감각이 살아 있는 설치작품’처럼 체험했다. 이는 오토니엘이 전 세계 주요 기관에서 높게 평가받는 이유—공간 전체를 감각적으로 변환시키는 능력—이 한국에서도 매우 강하게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건축·미감과 오토니엘의 조각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인상적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자연광 구조, 전시장의 목재·석재 요소, 그리고 한국 전통 건축의 비례와 곡선을 연상시키는 공간 속에서, 그의 빛나는 유리 조각들은 과도하게 이질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국내 컬렉터와 큐레이터들 사이에서는 “오토니엘의 유리는 한옥, 정원,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기이할 만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는 곧 실제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현대미술 작품 가운데는 개념 중심의 난해한 작업이 많은데, 오토니엘의 작품은 직관적인 아름다움과 명확한 조형성을 갖추고 있어 현대미술에 낯선 관람자도 크게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시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그의 조각은 관람자에게 “이해하려 애쓰기 전에 먼저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조건은 한국의 컬렉팅 문화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SeMA 전시는 한국 시장에서 오토니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국내 주요 컬렉터들의 주문 제작·구매 사례도 꾸준히 늘어났다. 오토니엘의 작업은 설치미술적 규모를 갖추면서도 동시에 조각·오브제로 기능할 수 있어, 대형 로비 설치작, 중형 벽면·매달림 조각, 소형 오브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주거·갤러리·기업 컬렉션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었다.
호암미술관 등 한국의 다른 기관에서도 그의 작품은 자연과 건축, 빛이 만나는 환경 속에서 소개되었다. 한국의 정원·산수·전통 건축이 지닌 조용한 리듬 위에 오토니엘의 유리 조각이 놓이면, 서양 조각의 언어와 동양적 미감이 만나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런 경험들은 오토니엘이 한국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문화적·시각적 배경을 설명해준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오토니엘은 1990년대 이후 프랑스 동시대 조각의 흐름을 만든 핵심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루브르 박물관 정원 프로젝트, 베르사유 궁전 설치, 유럽과 미국의 주요 공공 프로젝트 등은 그가 공공조각과 건축적 환경, 역사적 공간을 모두 넘나들며 조각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온 사례들이다. 이 프로젝트들 속에서 그의 유리는 단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시간과 역사,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장소를 새롭게 정의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경매와 미술 시장에서도 그의 위상은 안정적이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주요 경매에서 유리·금속 기반 조각은 꾸준히 거래되고 있으며,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브랜드 협업이 늘어날수록 시장 수요는 오히려 더 탄탄해지는 구조를 보인다. 특히 한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 오토니엘은 이미 안정적인 블루칩 조각가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장 미셸 오토니엘은 단순히 아름다운 오브제를 만드는 작가가 아니라, 물질·감각·공간·빛의 관계를 서정적으로 재해석하는 조각가다. 까르띠에 재단이 그의 세계를 오랜 시간 꾸준히 조명해온 것은, 이것이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조각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감각을 통해 사유하게 만들고, 공간을 통해 정서를 움직이며, 물질을 통해 시간을 드러내는 조형 언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그 조형 언어가 특정 문화권을 넘어, 동시대 감각을 공유하는 관객들에게 얼마나 깊이 닿을 수 있는지를 증명해 주는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동시대 조각을 가장 시적으로 확장시키는 작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