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루이비통 재단 (10)

Oepn Space #7

by Diana H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비앙카 본디(Bianca Bondi)는 1986년에 태어나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조각 중심의 동시대 작가이다. 그는 ‘사물의 표면’을 만드는 대신, ‘사물이 겪는 시간’을 전시 공간 전체에 번역해내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공식 바이오와 기관 텍스트가 반복해서 밝히듯, 본디는 일상 오브제를 염수, 즉 소금물과 같은 화학적 반응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통해 물질의 변형을 유도하며, 그 변형 과정 자체를 작품의 본질로 삼는다. 그 결과 그의 전시는 조각 작품들의 집합이라기보다, 산화·결정화·습도·향·안개와 같은 감각적 요소들이 서로 얽히며 관객의 신체에 직접 작동하는 하나의 환경으로 기능한다.


bianca-bondi_mag-5.jpg Spells of Matter: Bianca Bondi's Enchanted Artworks (출처: Centre Pompidou)


본디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두 가지이다.


Rupert_22_05-1-scaled.jpg site-specific installation by Bianca Bondi, former sewing factory ‘Lelija (출처: Kubaparis)


첫째, 시간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물질의 상태 변화로 ‘보이게’ 된다는 믿음이다. 작가에게 소금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보존과 부식, 치유와 파괴라는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지닌 물질이다. 이러한 양가성 때문에 소금은 본디에게 ‘변형(mutation)’의 매개로 작동하며, 물질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흔적을 남기고 변해가는지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Bianca-Bondi-X-Elisabeth_in-conversation-with-the-artist-1920-x-1080_Youtube20.jpg Bianca Bondi | Selected Artist Reiffers Prize 2023 (출처: Reiffers Art Initiatives)


둘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의례적 감각이다. 루이비통 재단의 프레스 텍스트는 본디의 작업 과정을 ‘오컬트적 과학’에서 영감을 받은 본능적 연금술, 혹은 의례적 실천에 비유한다. 이는 그의 작업이 과학적 실험을 재현하기보다, 물질의 변화를 통해 감각과 인식을 전환시키는 행위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로 본디의 설치는 결코 완성된 상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시 기간 내내 변화가 지속되도록 설계되며, 관객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도록 유도된다.


BBondi_bloomseries_standview_Artcologne-1440x960.jpg Alchemical Reaction: A studio visit with Bianca Bondi (출처: OpenLab Art)


이러한 작가적 방법론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프로젝트가 바로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의 Open Space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The Daydream》이다. 《The Daydream》은 색을 입힌 염수, 식물, 미네랄 향, 안개, 사운드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환경형 설치이다. 이 전시는 개별 오브제가 독립적인 의미를 갖는 구조가 아니라, 각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순환하는 시스템을 형성하도록 설계되었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 서서 이를 감상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공간 안으로 들어가 습도와 냄새, 빛의 농도, 공기의 흐름을 신체로 통과하며 경험하게 된다. 시각은 더 이상 지배적인 감각이 아니며, 후각과 촉각, 청각이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관객은 전시를 ‘본다’기보다 ‘겪는다’.


147970.jpg Open Space #8 Bianca Bondi (출처: Fondation Louis Vuitton)


이 전시에서 염수는 고정된 색면이나 조형 요소로 기능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농도가 변하고, 표면에 흔적을 남기며,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매개로 작동한다. 식물 또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생장과 쇠퇴의 리듬을 통해 전시 기간 전체에 변화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여기에 미네랄 향과 안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공간은 정적인 설치가 아니라 끊임없이 상태가 갱신되는 환경으로 전환된다. 이때 작품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로 존재한다.


art-bianca-bondi-fondation-louis-vuitton10.jpg Bianca Bondi, the art magician who bewitches the Fondation Louis Vuitton (출처: Numéro)


루이비통 재단은 《The Daydream》을 통해 본디가 물질의 변형을 개별 오브제의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전시 공간 전체로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작가임을 명확히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이는 Open Space 프로그램의 성격과 정확히 맞물린다. Open Space는 특정 장소를 위한 프로젝트를 작가에게 의뢰함으로써, 작품이 건축과 공간, 관객의 움직임 속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재단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본디는 이 조건을 충실히 활용해, 프랭크 게리의 건축 안에 또 하나의 ‘살아 있는 층위’를 삽입했다. 그의 작품은 건축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건축의 흐름과 공명하며, 그 내부를 점유하는 독립적인 환경으로 기능한다.


Bianca_Bondi_Reivindicar_la_resiliencia_Expo_Documentacion_Maru_Serrano_05102023_005.jpeg Bianca Bondi 작품 (출처: Bianca Bondi website)


이 지점에서 루이비통 재단이 본디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것은 특정한 조형적 스타일이나 시각적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전시 공간을 하나의 생태적·감각적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그의 방법론에 있다. 본디는 공간을 채우는 작가가 아니라, 공간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조건을 설정하는 작가이다. 《The Daydream》은 그가 물질의 화학적 반응, 시간의 흐름, 감각의 중첩을 통해 전시라는 제도적 틀 자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이다. 루이비통 재단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본디가 Open Space가 지향하는 ‘가장 동시대적인 실험’을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는 작가임을 확인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장 : 루이비통 재단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