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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Dec 27. 2022

3년 차 런더너

‘20년 이후 첫 기록이 ‘22년의 끝자락이지만

집 근처에 있는 건물인데 뭐더라..

2020년 10월 9일. 영국 코로나 확진자 수가 피크를 찍던 시기, 마치 전쟁터에 무기도 없이 참전하는 듯한 나를 향해 걱정과 우려를 표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런던에 도착했다.


지속적인 코로나 확산과 엄격해지는 방역 지침으로 인해 채용시장도 주춤할 테니 취업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취준이 예상보다 길어지겠다고 생각했다.

시차를 포함하여 적응 기간 1주, 취업 집중 기간 2주로 최대 한 달 내에 무조건 잡을 구하겠다는 다짐으로 기한을 빠듯하게 설정하고 움직였다.

감사하게도 목표한 2주 만에 채용이 결정되어 11월 중순부터 출근했고, 2년을 채워갈 즈음 비자 스폰을 받은 덕분에 3년 차를 향해 달리고 있다.


취향을 담지 않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걸 사랑하는 게으름뱅이기도 하고..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 말까지 North London의 Wood Green (3존) 부근에 위치한 예쁘고 쾌적한 드림하우스에서 유일한 세입자로 9개월간 머물렀고, 2021년 8월 초에 런던 중심에서 최적의 거주지역이라고 생각하는 Angel (1존) 부근으로 이사하여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완벽한 위치부터 룸 크기, 렌트비용, 친절한 랜드로드, 우든 플로어, 아치형 창문 그리고 채광까지, 7박자가 모두 갖춰진 덕분에 뉴욕만큼 고물가인 런던에서 무려 저축까지 가능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


2019년 미국 생활 시절, LA 일상을 블로그에 잘 기록했던 첫 3개월을 끝으로 그 이후는 감감무소식이 되었듯이, 런던 생활도 호기롭게 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브이로그는 물론, 주 단위로 기록하던 일상 블로그마저 또 3개월을 못 넘겼다. 이렇게 작심 3개월로 아무것도 읽지도 기록하지도 않고 그저 앨범에 사진만 남긴 채로 2년이 흘러 서른을 맞이하니, 영원히 20대일 것처럼 살아온 내 마인드셋에 누군가 Pause를 눌러준 것처럼 새삼 생각이 많아졌다.


'꾸준히 기록했다면 흐른 시간만큼 데이터들이 모여 DB가 되었을 텐데, 이 놈의 귀차니즘을 누리느라 뇌의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 가능성을 간과했구나.'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시간을 알차게 쓴 순간과 지극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며 소파에 누워 TV만 보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소비한 시간의 양과 질은 상관없이 ‘무기록=무근거’가 되어 결국 총 시간을 허비 및 낭비한 것 같은, 머리에서는 이야기가 쏟아지더라도 정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의 부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다시 기록하기로 했다.

수많은 광고와 판촉이 난무하는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글’에 포거싱 된 브런치를 활용해야겠다.


업무 방향과 역량 향상을 위한 커리어 고민부터 일기 또는 문득 스치는 생각까지, 갖은 기록들을 한데 모아 편집숍처럼 <어쩌다 런던>을 채우고 싶다.


기록하는 습관을 얻고, 이 소소한 기록들이 훗날 DB가 되어 다방면으로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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