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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osaur Jul 04. 2023

07 | 말의 알고리즘 - 1

속말과 바깥말이 우리를 조종한다

반복되는 언어적 설득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를 처음 접하면 우리는 거짓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 있고 쉽게 믿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해서 노출되면 서서히 그 뉴스에 영향을 받게 된다.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메시지에 자신도 모르게 침식당하는 것이다.

자주 노출되는 뉴스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번거롭더라도 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럴 때 지혜가 생기고 현명해지며 주변 메시지에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힘이 생긴다.


말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말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자신의 속말이나 타인의 바깥말을 그대로 믿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말에 의해 자신의 행동, 태도,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속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속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그 말이 자신의 기분을 상승시키는지 하향시키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감정은 뇌의 신경회로를 바꾼다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으로 나누는 대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 삶을 성장시키고 풍요롭게 하는지' 아니면 '내 삶을 퇴보시키고 파괴하는지'로 나누는 것이 더 적합하다. 예를 들어, 질투라는 감정이 자기 학대나, 질투를 일으키는 대상에 대한 증오로 이어진다면 질투는 분명 나쁜 감정이다. 반대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든다면 질투는 좋은 감정이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감정이 자신과 상대방 모두의 성장을 가져온다면 좋은 감정이지만, 상대방과 자신을 옥죈다면 나쁜 감정이다.


미국의 뇌 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 Jill Bolte Taylor에 따르면, 한 감정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데는 평균 90초가 걸린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일로 화가 났다면 그 '화'는 90초 후엔 생리적으로 내 몸과 뇌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90초가 지났는데도 계속 화가 난다면? 그것은 내가 그 화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화를 붙잡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이런 과정을 자주 반복할수록 뇌에는 '화'에 이르는 전용 고속도로가 생긴다.


전용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감정은 일상에서 다른 감정보다 쉽게 그리고 자주 경험할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를 심리학 용어로 '반응성 reactivity'이 높다고 표현한다. 자주 반복되어 습관화된 감정은 반응성이 높은 감정인 것이다. 옆에서 누가 '툭' 하고 건드리면 자동으로 나오는 반응성이 높은 감정이 여러분에게 있는지, 있다면 어떤 감정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반응성이 높은 감정을 만드는 일등 공신은 '생각'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생각은 감정이라는 불을 지속시키고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연료다. 이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이 달라진다.


운명을 바꾸려면 말부터 바꿔라

긍정 근육을 키우는 첫걸음은 자신이 어떤 생각에 '주의 attention'를 두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인디언 일화가 있다.

한 인디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마음에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살고 있다가. 이 둘은 늘 싸우지."

손자가 묻는다. "어떤 늑대가 이겨요?"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먹이는 주는 늑대가 늘 이긴단다."

이때 할아버지가 말한 '먹이'는 바로 '주의'다. 내가 어디에 자주 주의를 기울이는지에 따라 이기는 늑대가 달라진다.

자꾸만 부정적으로 흐르는 생각의 알고리즘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나는 지금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변화의 힘은 항상 현재에 있다

두뇌는 고정된 게 아니라 노력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신경가소성이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까지 이롭게 하는 상생모드의 뇌 회로를 만드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마음을 말로 표현할 때 '싫어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으로 말하는 것이다.

둘째, 삶을 바라보는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다. 하루 중에도 '상승과 하강 up and down'이 수차례 있다. 이때 좋은 일에 주의를 둘지 나쁜 일에 주의를 둘 지에 따라 경험하는 정서가 달라진다.

셋째,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던 상대방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내려놓고 그 사람의 건강, 평안, 행복, 성장 등을 빌어 보는 것이다.


행복은 원하는 걸 모두 가졌을 때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들을 즐길 때 온다.
랍비 하이먼 샤츨


불행 버튼을 끄고 행복 버튼을 켜라

불확실한 자극을 위협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영역은 이마 뒤편에 있는 전두엽이다. 전두엽에서도 오른쪽 가장 앞부분인 '우측전전두엽'이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부정정서를 느끼기 쉬워진다. 한편, 왼쪽에 있는 '좌측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 기쁨, 열정, 활력 등의 긍정정서를 많이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좌측전전두엽보다 우측전전두엽이 더 활성화되어 부정정서를 느끼기 쉽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일어나지 않을 일에 지나치게 부정정서를 느끼는 건 득 보다 실이 크다. 따라서, 열세인 좌측전전두엽을 활성화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건강하지 않은 마음과 싸우기보다는 건강한 마음을 키우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건강한 마음에 더 많은 노력, 시간, 비용을 투자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마음이 활성화되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행복은 상황이 아닌 관점에 달렸다

행복 렌즈를 끼고 보는 건 물이 반절 있는 컵을 보고 '물이 가득 차 있다'라고 보는 것과 같다. 이는 '물이 반이나 있다'라고 보는 낙관성과는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긍정 환상 positive illusion'이라고 한다. 막연한 희망, 근거 없는 희망, 비현실적인 과도한 희망을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관점은 '현재 내 컵에 물이 반절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먼저 직시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희망, 의미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 숨어있는 문제를 보고
낙관론자는 모든 문제에 감춰져 있는 기회를 본다.
데니스 웨이틀리


생각에도 황금비율이 있다

일상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이 더 유용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표적인 책이 노럼 박사의 <부정적 생각의 긍정적인 힘>이다. 노럼 박사는 성공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방어적 비관주의 defensive pessimism'라고 한다. 방어적 비관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무슨 일이든 늘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생각의 항상성이 필요하다.

부정적 생각을 과도하게 할 경우, 긍정적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반대로 긍정적 생각으로 모든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일 때는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을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생각의 비율이 1.7:1을 유지하여 생각의 항상성이 유지될 때,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에 눈을 돌릴 수 있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조엘 오스틴

불행을 끌어당기는 4가지 말의 프레임

첫 번째 공식은 '흑백논리'다. 흑백논리는 다른 말로 '이분법적 사고', '절대적 사고'라고 한다.

흑백논리의 공식을 적용하면서 살 경우, 어떤 일을 시도할 때마다 극도의 긴장과 예민함을 보이기 쉽다. 그렇기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 어렵다. 완벽하게 잘하지 못할 거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고 들기 때문이다. 또한, 흑백논리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같은 공식을 적용하며 평가한다.

어떤 경험이든 어떤 사람이든 둘 중 하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는 검은색과 흰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상이 존재하며,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도 다양한 농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회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식은 '과일반화'이다. 일반화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결과를 그와 비슷한 상황에 적용하는 것으로 학습에 중요한 인지 전략이다. 그에 반해 과일반화는 충분한 증거와 논리가 부족함에도 특정한 경험 또는 일부의 지식을 가지고 자신이나 타인, 그리고 세상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과일반화하여 생각할 경우 삶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혐오와 차별로 이어진다. 인종 차별, 성차별, 학벌이나 지역에 대한 선입견 모두가 과일반화의 사례다.


과일반화가 더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자기 충족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기 충족예언이란 자신의 기대와 믿음대로 자신이나 상대방을 그렇게 만들 수 있음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 낙인찍게 되면 나의 표정이나 말투,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적의가 드러난다. 그러면 상대방도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느끼고 방어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되면 상대방이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더욱 강화되고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세 번째 공식은 '확대-축소'의 경향이다. 확대-축소는 상대방의 상황의 어느 한 측면만을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어떨 때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가 또 어떨 때는 절망에 깊이 빠진다. 같은 상황인데도 무엇을 확대하고 축소하느냐에 따라 경험하는 정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5명이 모이면 그중 2명은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하고, 그중 1명은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고, 나머지 2명은 아무 관심도 없다고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도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은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가장 먼저고 그다음은 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무엇을 확대하고 무엇을 축소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는 숨은 불행 찾기의 달인이 될 수도 있고, 숨은 행복 찾기의 달인이 될 수도 있다.


네 번째 공식은 '독심술 사고'다. 한국어 사전에서는 독심술을 '상대방이 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아내는 술법'이라고 설명한다. 주로 상대방의 표정이나 행동을 근거로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추론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그 추론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추론에는 현재 나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가 투사되는 경우가 많고, 심할 경우 피해의식이나 피해망상이 투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며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미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확신을 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행동과 태도를 보이게 되고, 상대방 또한 그 행동과 태도를 보고 반응을 보이게 되어 독심술 사고가 더 강화되는 악순환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적절한 독심술 사고일 경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생활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고 재빠르게 상황 판단을 하여 대처하는 경우다. 하지만 과도한 독심술 사고는 늘 상대방의 의중과 반응에 과할 정도로 집중하게 만들어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인생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빈센트 반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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