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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에 알게 된 상하이의 인기 비결

역동적인 상하이 중국어 (3)

by 나담

첫째 날의 피곤함이 남아 있어서 둘째 날은 일부러 일정을 여유롭게 잡았다. 느긋하게 일어나 호텔 근처의 작은 과일가게 떡집에서 사 온 간식들을 아침으로 먹었다.


과일으로는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과육이 쫄깃한 납작복숭아(扁桃), 달콤한 하미과(哈密瓜), 잘 익은 망고(芒果)를 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과일의 단맛이 마치 상하이의 인상처럼 풍성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션다청(沈大成)에서 사 온 코코넛, 팥, 콩가루 등이 들어간 다양한 맛의 떡도 몇 개 먹었다. 고풍스러운 전통 디저트가 여전히 현대적인 거리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상하이의 시간이 이렇게 간단한 간식 하나에도 스며 있는 듯했다.


점심 무렵, 슬슬 움직이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대호춘(大壺春). 이곳에서 유명한 셩지엔바오(生煎包)와 훈툰(馄饨)을 주문했다.


“我要一个生煎包和一碗馄饨。” (셩지엔바오 하나랑 훈툰 한 그릇 주세요.)


반쯤 구운 듯한 만두피 속에 꽉 찬 육즙이 터지는 순간, 입에서 퍼지는 감칠맛은 중국 여행의 백미였다. 가게는 작고 허름했는데 주로 현지 어르신들이 식사 중이었고, 가게 주인은 약간 화가 난 듯한 어투로 계속 밀려 들어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들 사이에 앉아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정겨웠다.


식사를 마치고는 디디를 불러 신천지(新天地)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상하이의 초여름은 늘 이렇게 비를 머금고 있는 것 같다. 세련되면서도 번화한 신천지가 비가 내리자 차분해지고 아련한 분위기도 껴졌다.

낮에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한국에서부터 보고 신천지의 폴룩스(Pollux) 카페를 저녁으로 예약해 두었다. 여기는 토스트와 노천카페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 원래 예약 시간에 맞춰 들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하이에 도착하기 직전에 저녁에는 브런치 메뉴인 토스트를 주문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일정을 조정해 낮에 갔다.


도착해서 직원에게 물으니 마침 토스트가 몇 개 안 남았다고 해서 라스 자리를 기다리는 대신에 바에 앉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자리가 있었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토스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我想要一份冰淇淋吐司和一杯冰美式。” (아이스크림 토스트 하나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이 말을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갔지만 영어가 능통한 직원 덕분에 영어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카페 직원들이 바빠 보여서 중국어로 여유 있게 주문을 할 기회가 없어서 아쉽긴 했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살살 녹는 듯한 폭신한 식감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지며 여유로움이 입안 가득 번졌다. 겉보기에는 간단한 토스트지만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다. 말 그대로 신천지였다.


카페를 나와 신천지 거리를 산책하다가 벤치(Venchi)에 들러 세 가지 맛의 젤라또를 주문했다. 벤치 젤라또는 한국에도 있지만 판교 지점에는 기본적인 맛들만 있었다. 너무나도 다양한 맛에 어떤 맛을 고를지 한참을 고민했다.


상하이 쌀맛을 할까 하다가 맛보기를 해보니 취향이 아니라서 결국에는 직원이 추천해 주는 맛으로 골랐다. 이탈리아 젤라또답게 진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 깊었다. 신천지의 감성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국적인 디저트를 먹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다음은 디디를 타고 상하이 여행의 핫플레이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로 갔다. 고급 커피 경험을 콘셉트로 한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테마파크 같았다.


커피와 티바나를 각각 하나씩 주문하고, 기계로 원두를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과정을 한참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커피에 집중하고, 그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곧장 호텔로 들어가기가 아쉬워 와이탄(外滩) 인근의 차 없는 거리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걷는 길에는 작은 상점들이 이어져 있었고, 나는 그 사이에서 핸드크림, 상하이 특산 토끼사탕(大白兔奶糖), 그리고 요즘 중국에서 인기 있는 팝마트(Pop Mart) 피규어도 구경했다.


그리고 토끼사탕 한 봉지와 팝마트의 작은 피규어들을 샀다. 핸드크림은 직원에게 물어보니 겉포장은 내 생일과 관련된 꽃인데 향은 전혀 상관없는 향이라서 구입하지 않았다.


토끼사탕을 구입할 때에는 봉지에 500g 정도를 자유롭게 담아가는 방식이라서 한 봉지에 몇 개 정도 담아야 되는지 물어봤다.


"请问,一包大概放多少个?" (실례합니다, 한 봉지에 대략 몇 개를 담나요?)


직원은 70~90개라고 했고 실제로 90개 정도 담으니 500g보다 약간 초과되었던 것 같다. 토끼사탕의 맛은 기대 이하였는데 사탕이라고 하기에는 캐러멜 같았고, 캐러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딱딱했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질 무렵, 호텔에서의 마지막 야식으로 셩지엔바오를 또 한 번 먹었다. 대호춘이 문을 닫아서 24시간 영업하는 샤오양셩젠(小杨生煎)에서 사 왔다.


그런데 뜻밖으로 급하게 찾은 샤오양셩젠이 아침에 먹은 미슐랭 맛집 대호춘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새우맛과 돼지고기맛을 샀는데 점원의 실수로 약간 매콤한 소고기맛이 섞여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샤오롱바오가 더 유명하지만 나는 셩지엔바오가 더 맛있었다. 마지막까지 중국의 맛을 곱씹으며, 짧지만 인상 깊었던 2박 3일의 상하이 여행을 마무리했다.


하이는 내가 배운 중국어로 현지 사람들과 연결되었던 느낌을 준 도시이다. 화려한 도시를 넘어서는 진짜 감동은 그 속에서 내가 스스로 말하고, 물어보고, 느꼈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중국어를 통한 새로운 경험들이 가득했던 도시 상하이. 떠날 때가 되니 왜 상하이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지 알 것 같았다. 상하이는 이제 내게도 다시 가보고 싶은 생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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