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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C 3급 취득 후 떠난 상하이

역동적인 상하이 중국어 (1)

by 나담

상하이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인플루언서의 영상과 사진들 속 상하이는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또한 중국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도시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장소에서 중국어를 직접 써볼 수 있는 대도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공부한 중국어가 통할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과 설렘 속에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출발을 앞두고 나는 두 달 동안 TSC 말하기 시험을 준비했다. 상하이 여행은 시험의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출발 이틀 전날 성적 발표를 했는데 목표로 했던 3급에 합격했다. 마치 상하이가 내게 “이제 올 준비가 됐구나” 하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현충일이 낀 6월 첫 주말, 짧지만 알찬 2박 3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첫 중국어는 중국동방항공의 기내에서 시작되었다. 칭다오 여행과는 다르게 상하이 여행은 기내의 환경도 더 만족스러웠다. 일단 사전 체크인으로 좋은 자리에 배정되었고, 기내식도 미리 놓인 간단하고 식은 음식이 아니라 디저트까지 있는 따듯한 음식이었다. 자리에 담요와 이어폰이 없어서 중국어로 담요와 이어폰을 각각 요청했다.


请问,可以给我一条毯子吗?
(실례합니다, 담요 한 장 주실 수 있나요?)
请问,可以给我一个耳机吗?
(실례합니다, 이어폰을 주실 수 있나요?)

중국어로 수월하게 담요와 이어폰을 받아서 따듯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직장인 여행의 진리는 ‘계획’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동수단부터 식당, 카페 등 사전 예약을 철저히 했다. 푸동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택시는 시간도 절약하고 담배냄새도 피하기 위해 디디 대신 트립닷컴의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입국장을 나오자,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던 기사님이 보였다. 짐을 맡기고 차에 오르자 자연스럽게 중국어 대화가 시작됐다. 내 중국어를 듣고 택시기사님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你中文说得很好。
(중국어 잘하시네요.)
谢谢,我在韩国自己学的。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혼자 공부했어요.)


중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그 순간만큼은 마법처럼 느껴졌다. 나는 기사님께 상하이의 추천 음식에 대해 여쭤봤고 대답을 이해했다.


请推荐一下上海好吃的东西。
(상하이에서 맛있는 것 좀 추천해 주세요.)
小笼包和火锅很好吃。
(샤오롱바오랑 훠궈가 정말 맛있어요.)


기사님은 추천 음식의 가격과 유명한 식당의 위치 등을 알려주셨다. 또한 상하이의 교통체증과 한국의 교통체증의 비교, 기사님이 좋아한다는 유덕화 노래, 북경어와 광둥어 비교, 호텔 주변의 난징동루에 대한 정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일취월장한 실력이었다.


그랜드센트럴호텔은 난징동루 근처에 있는 5성급 호텔로 위치가 참 좋았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또 한 번 중국어를 사용했다.


“我订了两晚的房间。”
(이틀 예약했어요.)


직접 말하고 예약이 확인되는 순간까지 진짜 중국어로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에 신나고 흐뭇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들어가니 엔틱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행 중 신천지로 이동하는 길에도 택시기사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신천지에 다 와갈 때쯤에 기사님께 연습해 둔 문장을 말했다.


“请问,这是新天地吗?”
(실례합니다, 여기가 신천지인가요?)


기사님은 그렇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저 앞쪽이 바로 신천지라고 덧붙히셨다. 관광지에서 중국어를 쓸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짧은 한 마디씩을 꺼낼 때마다 내 안의 자신감이 조금씩 자라났다.

상하이는 생각보다도 더 세련된 도시였다. 밤이 되면 황푸강을 따라 불빛이 반짝였고, 와이탄에서 바라본 동방명주의 야경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하지만 이 도시가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 안에서 내가 직접 물어보고 대답하고 이해하며 '현지언어로 소통하는 여행자'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시험 점수로만 남을 뻔했던 ‘3급’이라는 숫자를 넘어서는 짧지만 의미 있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중국어를 공부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 그리고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이 얼마나 깊고 짜릿한 것인지, 상하이에서 몸소 느꼈다. 왠지 은 일정도 행운이 가득할 것 같은 분으로 본격적인 상하이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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