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칭다오 중국어 (3)
칭다오 샹그릴라 호텔은 기존에 생각했던 중국의 이미지와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었다. 일단 중국의 5성급 호텔답게 외관부터 화려하고 웅장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의사소통이 잘 되고 시설이 깨끗했으며 직원들이 친절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 위엔 수건으로 만든 하트와 꽃잎 장식이 있었고, 생일인 것을 확인하고 생일 케이크도 올려보내 주었다. 웰컴 과일은 원래 제공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함께 받으니 기분이 더 좋았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런 5성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니, 이게 중국의 매력인가 싶었다.
호텔 안의 편의점도 흥미로웠다. 호텔직원에게 편의점이 어디에 있냐고 중국어로 물어본 일도 기억에 남는다. (便利店在哪里?) 일본처럼 깔끔하진 않지만, 무언가가 잔뜩 쌓여 있는, 만물상 같은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실패 확률도 함께 존재하는 나라여서 익숙하지 않은 음료나 과자를 고를 때면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에 이때 아무것도 사지 않아서 공항 편의점에서 간식 몇 개를 구입했는데 그중 쫀드기의 향이 너무 강렬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만족했던 건 중국어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을 더 달라고 요청했을 때도(可以给我水吗? ), 짐을 맡겨달라고 말했을 때도(我可以寄存行李吗?), 모두 중국어로 말했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었다.
놀라웠던 것은 일본과 달리 이곳에서는 내 중국어에 영어로 되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하는 말이 어설퍼도, 그대로 받아주고 그대로 중국어로 답해줬다. 나의 중국어가 일본어보다 낫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게 중국의 문화일까? 답을 내릴 순 없지만, 그 따뜻한 반응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중국어로 체크아웃( 我退房。)을 마친 뒤, 디디추싱으로 공항행 택시를 예약했다. 처음엔 생소했던 중국 여행 필수 앱들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어쩌면 나는 이 도시에서 언어가 아니라 낯선 나라에서 살아내는 법을 배운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문화충격이었던 처음 모습과 같이 기내식이 자리에 대충 놓여 있었다. 기내식을 치우면서 자리에 앉는 내 모습이 벌써 중국에 익숙해진 듯하다.
난생 처음 갔던 중국 여행인 칭다오는 내게 중국어와 여행의 용기를 가르쳐주었다. 다녀오기 전에는 언어도 잘 안 통하는 공산국가인 중국에 대해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직접 경험을 해보니 간접 경험만으로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일찍 경험해 볼 걸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제라도 다녀오고 나니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남은 인생도 더욱 풍부하게 해 준 것 같다. 다음 중국 여행지인 상하이에서는 더 많은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하여 칭다오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견문을 더욱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