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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만 시원한 삿포로 여름

시원한 삿포로 일본어 (2)

by 나담

최근 들어 삿포로의 여름은 생각보다 뜨겁다. 한낮의 햇살은 남쪽 도시 못지않게 강하고, 축제의 열기까지 더해져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해가 기울고 나면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더운 낮과 시원한 밤이 공존하는 이 도시의 여름은 참 매력적이다.


둘째 날 낮부터 느껴지는 축제의 기운에 발걸음이 자연스레 오도리 공원 쪽으로 향했다. 삿포로의 여름을 상징하는 맥주축제가 한창이었다. 사진 속으로만 보던 벤치와 시원한 생맥주,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 진짜 삿포로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현실적인 고민이 찾아왔다. 예상과 달리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안내판도 대부분 일본어로만 적혀 있었고, 주문은 물론 좌석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예약석, 카드결제석, 현금석이 따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에는 몰랐다.

나는 현금만 준비해 두었기에 결국 현금석으로 가야 했는데, 다행히 내가 배운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특정한 부스에서 맥주 쿠폰을 구입하면 여러 색깔의 특이한 모자를 쓴 안내 직원이 맥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했다.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축제의 한가운데 앉아 삿포로 맥주의 첫 모금을 삼켰다. 진한 보리향과 차가운 기포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낮의 더위와 긴장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언어의 벽을 넘어 직접 주문해 얻은 맥주라 더 특별한 맛이었다.


그러나 햇볕은 여전히 강했다. 공원 안을 걸으며 더위를 식힐 방법을 찾다가 호텔 근처의 파르페 가게로 갔다. 삿포로 여름 특산물인 유바리 멜론 파르페를 먹으니 강렬한 햇빛에 지쳐 있던 몸이 잠시나마 서늘해졌다. 축제의 활기 속에서 평화로운 휴식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해가 서서히 지고 나서 찾은 저녁 식사는 홋카이도의 별미, 징기스칸이었다. 얇게 썬 양고기가 둥근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피어올랐다. 불판 가장자리에서 구워진 채소와 함께 먹으니 고기의 진한 풍미가 더 살아났다. 맛은 만족스러웠지만 가격은 예상보다 훨씬 비쌌다. 홋카이도에서의 첫 징기스칸이니 그조차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낮의 뜨거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밤바람이 부드럽게 뺨을 스치며 하루의 열기를 식혀 주었다. 축제의 소음이 멀어지고 밤의 고요함과 가로등 불빛이 섞여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배부른 몸으로 천천히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호텔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편의점에서 사 온 간식들과 함께 다꾸를 펼쳤다. 낮에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와 감상을 하나씩 적어나가다 보니 오늘 하루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당황했던 순간도, 더위 속에서 찾은 멜론 파르페의 달콤함도, 저녁 공기의 시원함도 모두 잊지 못할 여름날의 한 페이지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고 경험한 작은 순간들이 이 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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