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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본 외국어 시험들 후기

자격증 실전 팁 (3)

by 나담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삐—” 헤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차가운 기계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하지만 어느덧 나는 주말마다 외국어 시험을 보고 있었다. 지난겨울에는 jlpt와 hsk를 봤고, 봄에는 tsc, 여름에는 sjpt를 봤다. 취미로 외국어를 배우면서 반년동안 총 4번의 시험을 치른 것이다. 모두가 난생처음 보는 시험들이었다.




1. 말문이 트이지 않던 시절

나는 외국어를 좋아한다. 학창 시절에도 국어든 영어든 언어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교사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외국어 학습을 이어왔다. 학창 시절에는 영어를 공부했는데 독해와 듣기는 자신 있었지만,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기 전까지 말하기는 늘 자신 없었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문법 틀리면 어쩌지?’
이런 걱정이 앞서,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말하기 시험이 두려웠다. 종이시험은 익숙했지만, 말하기 시험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채점자 없이, 오로지 기계 앞에서 나 혼자 말해야 한다니, 뭔가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다.


2. 첫 도전, 중국어 TSC

올봄인 5월, 나는 처음으로 TSC(중국어 말하기 시험)에 도전했다. 준비 기간은 약 두 달. 시험 유형도 생소했고, 시간도 빠듯했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사진을 묘사하라는 문제 앞에서 멍하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더듬더듬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중국어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취감을 느꼈다.


중국어는 비교적 문법이 단순하기 때문에 성조에 신경 쓴다면 오히려 일본어보다 말하기 더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3급을 받고 상하이 여행을 가니 여행이 더 재미있었다.



3. 두 번째 도전, 일본어 SJPT

TSC 시험을 치르고 두 달 뒤인 7월에 SJPT(일본어 말하기 시험)에 도전했다. 중국어보다 일본어가 약하다는 생각에 TSC 준비를 하는 두 달 동안에도 일본어 공부를 했다. 많이 하지는 못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회화학원을 다녔다. 그래서 4개월간 준비할 수 있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막상 녹음 버튼을 누르니, 일본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다 도망가 버린 것 같았다. 래도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험 유형이 tsc와 똑같았기 때문에 문제를 예측하거나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덕분에 시험장에서도 편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의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 스스로 뿌듯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내가 외국어로 말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4. 말하기 시험의 진짜 매력

시험이 끝난 후, 내 외국어 실력은 분명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말하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더 이상 단어만 외우지 않았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외웠고, 그 문장을 입으로 ‘훈련’했다. 그 과정에서 회화 실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히 SJPT나 TSC처럼 실생활 기반 질문이 많은 시험은 말하기 훈련이 곧 실제 대화 연습이 되었다. 그건 단순히 점수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용기로 바뀌었다.




TSC 3급, SJPT 4급. 말하기 시험에서 받은 점수는 고득점은 아니지만, 내게는 큰 의미가 있다. 외국어 말하기에 자신 없던 나를 끌어내어, 입 밖으로 꺼내게 만든 성과이기 때문이다. 말해야, 늘 수 있다. 입을 여는 순간, 진짜 외국어 실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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