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정의

#12

by June


그 사건의 수사 과정과 재판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한국인 여학생 피해자를 돕는 동안, 결정적인 증인을 찾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설득이 필요했다.


이 사건의 핵심이었던 군무원 증인은 처음엔 두려움과 부담 때문에 발을 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수차례 전화를 걸고, 직접 만나 진심으로 설득하며 그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마침내, 그는 법정에 서겠다고 결심했다. 그 순간, 이 재판이 끝까지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비로소 보였다.


이 재판은 많이 불리했다. 수사관들은 끝내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피해자의 증언, 그리고 어렵게 찾아낸 군무원 증인의 증언뿐이었다.


재판 당일, 법정의 공기는 차갑고 묵직했다.


피해자석이 보이는 방청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국인 피해자는 철저히 혼자였다.


반면, 피고인의 방청석은 사뭇 달랐다.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까지 온 지인들과 서포터들이 자리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무겁고, 날카로웠다.


나는 피고인과 같은 조직에 속한 미군이었다. 그것도, 군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입장에서 다른 미군, 더군다나 고위 장교를 법정에서 처벌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었다.


내 한 마디, 내 한 줄의 서류가 누군가의 인생과 조직의 명예, 그리고 나의 경력마저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날 법정에서 나를 버티게 한 건 그 모든 부담보다 앞선 몇 가지 얼굴들이었다. 나를 처음 바라보던 피해자의 눈빛, 자신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증언대에 서기로 한 군무원 증인의 결단, 그리고 조용히 뒤에서 응원해 주던 한국인 직원들의 묵묵한 배려.


마음을 다잡고 배심원들 앞에 섰다.


그들은 곧바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이 가빠졌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준비해 온 Opening Statement를 꺼냈다.


재판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이 그 그림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나는 색을 칠하는 화가가 된다. 그리고 첫 붓질이 중요한 것처럼, Opening Statement는 재판의 방향을 정하고 배심원들과 처음 마주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 사건의 주제는 단 하나였다.


“믿었던 자의 배신.”


영어를 배우고자 했던 20대 초반의 어린 여학생에게, 아버지뻘 되는 어른이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결국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사건.


양측이 Opening Statement를 마친 뒤, 본격적인 증인 심문이 시작되었다.


— To be continued…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요의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