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전에 쓴 글에서도 말했듯, 나는 바다를 심각하게 좋아한다.
물속에 몸을 맡기면,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심장 박동마저 느리게 가라앉는 듯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해파리가 된다.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아무 힘도 쓰지 않고 떠다니는 존재.
긴장되거나 두려운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종종 그 바닷속의 해파리를 떠올린다. 파도 위가 아무리 거칠어도, 깊은 물속은 여전히 고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언젠가 법조인으로서의 임무가 끝나는 날이 오면 바다 가까운 곳에 작은 펜션을 지을 것이다. 손님들에게 줄 해산물을 내가 직접 잠수해 잡아, 회나 요리로 대접하는 것. 그것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나의 소망이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건 바다가 아니라 법정이었다. 그리고 증인신문은 내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순간이었다. 변호인과 검사가 재판 준비 단계부터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전장. 특히, 다른 물적 증거가 전혀 없는 재판이라면 증인신문이 승패를 가르는 무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배심원들도 이때 가장 깊이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이번 재판이 바로 그랬다. 한국인 여학생 피해자의 증언과, 결정적인 군무원 증인의 증언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 그들의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내 질문과 변호인의 반격 위에 달려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치 바닷속 깊이 잠수해 들어가듯 머릿속을 고요하게 비웠다. 그리고 증인석을 바라봤다. 이제, 해파리는 다시 파도 위로 올라가야 했다.
첫 번째 증인이 증인석에 앉았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군무원인 그는 양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있었지만, 어깨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선서를 마친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이 넓은 법정 안에서 유독 크게 울린 듯했다. 나는 차분히, 그러나 또렷하게 첫 질문을 던졌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처음엔 작았다. 그러나 내가 준비한 질문의 순서와 흐름은 그가 조금씩 사건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마치 얕은 파도에서 서서히 깊은 물로 발을 옮기듯이.
증인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그리고 그날 사건 이후 한국인 여학생 피해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피고인이 영어를 가르쳐주겠다며 접근했고, 따로 만나자고 제안하는 말을 들었으며, 그 후 서럽게 울면서 돌아온 피해자가 슈퍼바이저였던 자신에게 당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가까운 시점에 피해자가 보인 모습과 말은
재판에서 매우 높은 신빙성을 갖는다.
내 예상보다도 군무원 증인은 훨씬 용기 있게, 그리고 흔들림 없이 증언을 이어갔다. 미군으로 구성된 배심원들도 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중간에 한국어 통역 과정에서 몇 차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었지만, 나는 즉시 판사에게 이의를 제기해 바로잡았다. 그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의 증언은 완벽에 가까웠다.
변호인 측의 반대심문은 매서웠다.
사소한 세부사항 하나까지 집요하게 파고들며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려했다. 그러나 재판 준비 기간 동안 나와 철저히 리허설을 거친 그는 흔들림 없이, 일관된 답변을 이어갔다.
그 순간, 변호인의 표정에 잠시 당황이 스쳤다.
내 뒤에 앉아 있던 피해자는 그제야 아주 작은, 그러나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제, 다음 차례는 피해자 심문이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