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는 피해자 증인신문을 준비하며 프리다이빙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그저 바다가 좋아서, 물속에서 자유롭게 떠다니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압박이 귀와 가슴을 짓눌렀다.
그 순간, 나는 절망했다.
‘나는 이걸 끝까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 내 곁에는, 지금도 내 버디인 강사님의 세심한 배려와 가르침이 있었다.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네가 준비될 때.”
그 말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잠수했다. 조금씩 깊이를 늘렸고, 숨을 참는 시간도 길어졌다.
프리다이빙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버디의 존재다.
서로 차례대로 바다 밑으로 내려갈 때, 위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상대가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들이쉴 때까지 그 생명을 책임지는 그 유대감.
나는 그 관계에 매료됐다.
필리핀으로 다이빙 투어를 갔을 때,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자격증 과정을 진행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 속에서 처음 자격증을 땄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웃었으며, 재미없던 내 삶에 처음으로 ‘즐거움’이 들어왔다.
그렇게 프리다이빙은 내 유일한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법정에서 증인석에 앉아 있는 한국인 여학생 피해자는 그때의 나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첫 다이빙 풀 입수 전, 마스크를 붙잡고 있던 내 손과 닮아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한국어로 물었다. 그 말은 통역사를 거쳐 영어로 배심원들에게 전달됐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숨을 참으며 깊이 잠수하는 듯한 과정이었다. 나는 그녀가 끝까지 내려갔다가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질문의 리듬을 조절했다.
중간에 우리 둘 다 목소리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바닷속에서 들었던 강사님의 말을 떠올렸다.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네가 준비될 때.”
나는 그 말을 나 자신에게도, 두려움에 눈을 내리깔고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피해자에게도 계속 전했다.
마침내 그녀는 모든 질문에 답했다.
그 답변들은 바닷속에서 내가 모아두는 조개껍데기처럼 작지만 단단하게 쌓여 갔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려야 했던 힘든 증언이 끝나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 마치 바다 밑까지 내려갔다가 수면 위로 돌아온 다이버처럼.
나는 배심원들과 변호인 측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증언이 이 재판의 ‘호흡’을 완성했다는 것을.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