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처음으로 법정에 선 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넥타이를 매는 손이 덜덜 떨렸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차려입었지만, 속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나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로, 법정이라는 전쟁터로 나갔다.
법정 문을 여는 순간, 그 특유의 무게감이 나를 짓눌렀다. 판사석 위로 비치는 형광등 불빛, 피고인의 한숨, 방청석에서 들리는 작은 웅성거림. 그 모든 소리들이 나를 향해 몰려왔다. 마치 내가 잠시나마 쌓아 올렸던 ‘고요’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겠다는 듯이.
나는 침을 삼키고,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를 붙잡았다. 손바닥에는 이미 땀이 차올라 있었다. 상대편 변호사의 목소리가 시작되자, 나는 점점 더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심장을 겨누는 창처럼 느껴졌다.
나의 차례가 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타일렀던 말을 떠올렸다.
“넌 준비되어 있다.”
사실 준비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들키면, 그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내 목소리를 찾아내려 애썼다.
처음 내뱉은 말은 떨렸지만, 내 말이 법정에 울리는 순간, 나는 조금씩 내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건 완벽한 변론도, 강렬한 카리스마도 아니었다. 그저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내 고요를 지키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었다.
그날 법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세상은 내게 ‘강해지라’고 요구했지만, 나는 결코 강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하지만 나는 그 대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소음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나만의 고요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사람.
법정은 여전히 무섭고,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버겁지만, 나는 이제 그 소음 속에서도 고요를 찾아낼 수 있다. 고요란 결국, 세상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니까.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