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North Carolina의 작은 시골 마을, Concord.
그곳은 내게 낯설다 못해 적막한 곳이었다. 아시안이라고는 우리 가족뿐이었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는 늘 호기심과 경계가 섞여 있었다. 마치 “넌 여기 속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나는 혼자였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이방인의 시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은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버티는 법을 배웠다. 무시하는 법, 애써 웃는 법,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차츰 나는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조용히 내 안으로 숨어드는 법, 나를 지키기 위해 침묵하는 법.
그 시절, Concord의 텅 빈 들판을 혼자 걸으며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아무도 없고,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그 고요함 속에서는, 비로소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고요’를 사랑하게 된 것이.
나는 내 안에서 작은 성 하나를 쌓기 시작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언어로 생각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그곳에서는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법을 선택한 것도, 어쩌면 내 성을 더 단단하게 지키기 위한 무기였는지도 모른다. 정의를 위해 싸운다기보다, 그저 나를 지키고 싶었다. 법이라는 ‘규칙’ 속에 숨어서 내 약함을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법이란 무기는 나를 세상 한복판으로 끌어냈다. 나는 누군가를 변호하고, 고발하고, 판결을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내 ‘고요’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길 위에서 나는 누구보다 많은 소리와 싸워야 했다.
고요를 지키기 위해 소음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러니.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