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허송세월>>
찰스 다윈, 정약전, 정약용, 이 벽, 이승훈, 황사영, 안중근은 모두 내 마음 속의 영원한 청춘이다.
'청춘예찬' 중에서 p.238
어릴 땐 막연히 나이가 들면 알아서 철이 들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폭이 넓고 깊어지며 모든 일에 의연하고 성숙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애쓰지 않아도, 나이를 먹으며 겪는 물리적 시간이 알아서 깊이를 만들어 줄 거라 막연히 기대했던 것도 같다.
상대적일지라도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가봐도 젊은 나이는 아니다.
말은 줄이고 조용히 지갑이나 열어야 하는 자리는 앞으로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누군가에겐 한참 언니이고, 선배이고, 선생님일 수도 있는 내가 생각보다 철이 들지 못했다는 것을.
넓고 깊어지기는 커녕 옹졸하고 치사해지는 마음의 요동이 더 크다는 것을.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여전히 내 마음은 학창시절의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데 거울로 보이는 노화에 당혹스러울 때면 나는 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노작가의 이 한 문장을 대하며 나는 자문했다.
나에겐 여전히 품고 있는 청춘의 모델이 있었던가?
무모할지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온 마음을 다했던 청춘의 용기를 내 안에 담아본 적이 있었던가?
부끄러웠다.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나이만 들어가는 불균형을 서글퍼 했을 뿐, 진짜 잃어가는 '청춘'의 정신을 돌아본 적은 없었다.
되고자 했던 인생의 '선배'들을 쫓았고, 막상 내가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는 '어른'이 되어도 별 거 없다고 마음대로 결론짓고 살았다. 안일하고 상투적인 생각이 나이먹고 얻은 깨달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겼다.
작가가 말하는 '청춘'의 정신은 어느 곳에도 있을 것이다.
책 속에, 역사의 기록 속에, 그리고 편의점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무언가를 도모하는 어느 청년의 시간 속에도...
다만 그것을 나는 찾지 못하고, 알지 못했다.
몸과 마음의 괴리, 불완전함을 끌어안은 채 '생동'하리라 다짐해본다.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나의 몸뚱이 속에서도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을 내 '청춘'의 마음을 건강하게 복원하는 길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인생의 대선배이자 시대의 예술가, 김훈 작가는 이미 그렇게 해왔고 그랬기에 생동하는 문장과 깊은 통찰이 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