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대형 사무실. 책상 80개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헤드셋을 끼고 빠른 속도로 말하고 있었다.
"이형택씨 맞으시죠? 축하드립니다..."
"김정현씨 되시죠. XX보험입니다. 보험 환급금이 나왔는데 수령을 안하셔서 연락 드렸어요.“
"서동민씨 되십니까. 저는 대검찰청 금융범죄수사부 공현철 검사입니다. 귀하의 명의로 된 계좌가..."
보이스피싱이었다.
"신입들 집합!"
한국인 남자가 고함을 쳤다. 30대 중반, 체격이 좋았고 왼쪽 눈 밑에 흉터가 있었다.
"나는 4층 팀장 김동욱이다. 여기 규칙은 간단해. 실적 내면 살고, 못 내면 죽어. 월 5천 이상 찍으면 선임, 3억 찍으면 팀장. 그 밑으로 3개월 연속 못 찍으면 재고 처리야. 재고는 다른데 팔려가거나 죽거나 둘중 하나야. 도망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도망가. 나는 안잡지만 밖에 경비원들도 밥값은 하겠지? 나가고 싶으면 집에 연락해서 오천만 보내달라고 해”
그날 밤, 우리는 3층 숙소에 배치됐다. 한 평 남짓한 방에 2명이 자야 했다. 그때부터 우리의 이름은 삭제됐다. 이 안에서는 다들 번호로 불렸다. 내가 받은 번호는 32호였다.
내 옆자리에 누운 남자, 28호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얼굴에 멍이 가득했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32호. 몇살이야? 이름은?"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스물여섯이요, 민재라고 합니다 김민재“
”내가 한참 형이네, 나 서른 살이야. 서현웅“
”형은 여기 얼마나 됐어요?"
"8개월. 여기선 하도 맞아서 잔뼈가 굵었지."
"왜요? 왜 맞아요?"
"실적이 안 나와서. 이번 달도 2천 밖에 못 찍었어. 다음 달까지 5천 못 찍으면 나 재고야. 여기서 필요 없는 자산이라는 뜻이지. 그 뒤에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알아“
남자의 이름은 서현웅이었다. 한국에선 보험 영업, 다단계, 사채까지 안해본게 없다고 했다. 합법적인 일만 했지만 작전주에 투자했다 돈을 날리는 바람에 여기 오게 됐다고 했다.
"여긴 다르더라. 한국에선 말빨로 먹고 살았는데, 여기선 그게 쉽지 않네. 사람들이 다 경계하거든. 보이스피싱인 거 알고, 똑같은 대본 쓰면 잘 속지도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현웅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속삭였다.
"시스템을 이해해야 돼. 여기 조직도부터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