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웅은 밤마다 내게 속삭였다.
"조직 꼭대기는 중국 본부야. 삼합회 계열. 이 건물은 지들끼리 개밭이라고 불러. 총책은 중국인인데 얼굴도 본 적 없어. 그 밑에 한국인 총괄 매니저가 있어. 꼬미라고 불러.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몰라."
"팀장은?"
"5명 있어. 김동욱이 1팀. 각 팀마다 15명에서 20명 정도 관리해. 팀장 밑에 선임이 있고, 그 밑에 우리 같은 노예가 있지. 개밭에 살고 있으니 어떤 취급할지는 알겠지?"
현웅은 종이에 그린 조직도에서 ‘선임’이라는 글자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기서 살아나갈려면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살려면 선임까지는 올라가야 돼. 그래야 도망을 가든 눌러 앉든 살 확률이 높아져. 선임 되면 독방 쓰고, 핸드폰도 줘. 감시는 받지만 그래도 인터넷 좀 되거든. 그리고 팀장 되면 월 1회 프놈펜 본부로 출장 가. 그게 유일한 외부 접촉 기회야."
"형은 왜 못 올라가요?"
현웅이 쓴웃음을 지었다.
"재능이 없나 봐. 한국에선 사람들 잘 속였는데, 전화론 안 되더라. 목소리가 떨려. 여기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 옆방 애 하나가 재고 됐거든. 끌려 나가는 거 봤어. 그 다음 날부터 목소리가 잘 안 나와. 겨우 실적 현상유지만 하는 중이야."
그는 손을 떨고 있었다.
"너한테 내가 아는 거 다 알려줄게. 나 대신 올라가. 그리고 나가서 신고해줘. 여기 사람들 구해줘."
"형도 같이 올라가요."
"난 틀렸어. 언제 재고 처리 될지 몰라. 너는 나보다 더 빨리 배워서 적응하면 돼. 너는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