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달, 나는 현웅의 리스트를 활용했다. 1500만원의 실적을 냈다. 7명을 속였다.
김동욱이 나를 다시 불렀다. 이번엔 표정이 달랐다.
"너 뭐 했어?"
"...열심히 했습니다."
"너 리스트 받았지?"
"제가 노력했습니다."
동욱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좋아. 계속 이렇게만 해. 다음달엔 이천 찍어."
복도로 나오는데 선임 한 명이 다가왔다.
"야, 신입. 잘 나가네?"
26개월차. 박재훈 선임은 동욱의 오른팔이었다.
"선임님."
"너 28호랑 친하지?"
심장이 멎었다.
"...그냥 같은 방이라서요."
"그 새끼 요즘 실적 더 떨어졌더라. 다음 주면 재고 처리야. 나도 더이상 못 막아줘. 너 혹시 걔한테 뭐 받은 거 없어?"
"없습니다."
재훈이 내 눈을 몇 초간 들여다보더니 돌아섰다.
"그래. 32호, 여기선 동료애 같은 거 없어. 네가 살고 싶으면 다른 애들이 죽던 말던 신경 쓰지 마."
입소 5개월째. 월 실적 천팔백만원
나는 이제 팀 내 3등이었다. 김동욱도 나를 눈여겨봤다.
"민재야, 너 선임 생각 있어?"
"있습니다."
"다음 달 이천 찍어. 그럼 달아줄게. 신입 5명 붙여줄 거고, 독방도 줄게."
"감사합니다, 팀장님."
독방. 그건 단순한 프라이버시가 아니었다. 핸드폰. 인터넷. 외부와의 접촉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입소 6개월째. 나는 월 실적 이천삼백만원을 찍고 선임으로 승진했다.
독방을 배정받았다. 3평짜리 좁은 방이었지만, 문이 있었다. 잠글 수는 없었지만.
스마트폰을 받았다. 중국산 저가폰. 인터넷은 되지만 특정 사이트들은 차단되어 있었다. 한국 포털, 이메일, SNS 전부 막혀있었다.
하지만 VPN이 있었다.
나는 신입 시절, 현웅 형한테 들었던 말을 기억했다.
"여기 와이파이는 감시받아. 근데 블루투스는 안 잡혀. 만약 핸드폰 생기면 블루투스로 파일 주고받아. 로그 안 남아."
나는 신입 5명을 교육했다. 현웅 형이 나한테 했던 것처럼.
"여기서 살려면 실적 내야 돼. 스크립트 외우고, 타이밍 맞춰."
그들의 눈빛이 현웅 형을 보던 내 눈빛과 똑같았다.
그날 밤, 신입 하나가 내 방으로 몰래 찾아왔다. 44호 김지훈, 25살.
"선임님, 여기서... 진짜 나갈 수 있어요?"
"팀장 되면 기회 있어."
"팀장이 되려면요?"
"월 3억."
지훈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럼 저는..."
"아니, 너도 할 수 있어. 나도 했으니까."
거짓말이었다. 나도 아직 절반밖에 못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