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끝나고 화장실에 갔다.
소변을 보는데 옆 칸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네, 민재야."
그 목소리.
나는 얼어붙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서현웅이었다.
멍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 정장을 입고, 시계를 차고.
"형... 형이 왜..."
"놀랐지? 나도 처음엔 놀랐어."
현웅이 손을 씻으며 거울을 봤다.
"그날 총 소리 들었지?"
"...들었어요."
"공포탄이었어. 재고 되면 두 가지 선택권을 줘. 진짜 죽을 거냐, 아니면 조직에 완전히 들어올 거냐. 나는 후자를 택했지."
"그럼 지금은..."
"총책 바로 밑. 한국인 중에선 꼬미 다음이야. 놀랍지? 8개월 동안 실적 못 찍던 놈이."
현웅이 나를 돌아봤다.
"내가 실적 못 찍은 건 일부러였어. 재고로 찍히려고. 그래야 총책을 만날 수 있거든. 8개월,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텼어. 그리고 기회를 잡았지."
"무슨 기회요?"
"살 기회. 민재야, 여긴 탈출하는 곳이 아니야. 올라가는 곳이야."
현웅이 한 걸음 다가왔다.
"너 탈출 생각하고 있지? NGO한테 제보한 것도 내가 알아."
심장이 멎었다.
"어떻게..."
"네 노트북 감시하는 사람이 나야. 부매니저급은 다 내가 모니터링해."
현웅이 웃었다. 예전의 그 쓸쓸한 웃음이 아니라, 차가운 미소였다.
"안심해. 아직 보고 안 했어. 넌 내가 키운 애잖아. 그리고 넌 재능이 있어. 진짜 아깝거든."
"형이 원하는 게 뭐예요?"
"간단해. 탈출 포기해. 그리고 나처럼 올라가. 1년 후면 너도 본부 올 수 있어. 우리 둘이서 이 조직 먹을 수도 있어."
"미쳤어요?"
"미친 게 아니야. 현실적인 거야. 민재야, 생각해봐. 네가 탈출해서 뭐가 달라져? 빚 2천만원 그대로야. 한국 가서 다시 백수야. 근데 여기 남으면? 1년 후 연봉 5억. 2년 후엔 중국 본부 간부. 뭐가 나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주일 줄게. 생각하고 대답해. 거절하면... 뭐, 내가 널 포기하는 수밖에."
현웅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착한 선택 하길 바래."
그는 화장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