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by 천상우
캄보디아 웬치 가상 이미지.png

그날 밤, 웬치로 돌아왔다.

6층 사무실.

나는 USB를 노트북에 꽂았다.

파일들이 열렸다.

뇌물 수수 증거.xlsx

인신매매 피해자 명단.docx

총책 계좌 이체 내역.pdf

캄보디아 정부 유착 증거.jpg

수백 개의 파일.

이게 있으면 총책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도 무너진다.

나는 서랍을 열었다.

내 USB. 16개월 동안 모은 탈출 계획.

두 개의 USB.

두 개의 선택.

현웅의 USB를 가지고 탈출 → 조직 붕괴 → 200명 구조 → 나는 감옥

내 USB로 혼자 탈출 → 조직 유지 → 200명 여전히 감금 → 나는 자유

나는 두 USB를 손에 쥐었다.

창밖을 봤다.

철조망 너머, 별이 보였다.

현웅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재야, 넌 살아남아야 돼."

그날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았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팀장 5명을 소집했다.

"오늘부터 새 시스템을 도입한다. 실적 관리 자동화."

노트북을 펼쳤다.

"각 팀 실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분석해서 효율 높이는 시스템이야."

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건 여러분 개인 USB예요. 팀 데이터 백업용."

5개의 USB를 나눠줬다.

"매일 저녁 데이터 백업하고, 제 방에 제출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박재훈 팀장이 남았다.

"총괄님, USB에 뭐가 들어있어요?"

"팀 실적 데이터."

"그것만이요?"

나는 재훈을 봤다.

"재훈이 형,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재훈이 당황했다.

"갑자기 왜..."

"솔직히 말해요. 나가고 싶죠?"

"...당연하죠. 여기 누가 좋아서 있어요."

"그럼 도와주세요."

"뭘요?"

"한 달 후에 제가 한국 출장 가요. 그때 이 USB들 한국으로 빼돌려야 해요."

"USB에 뭐가 들어있는데요?"

"조직 붕괴시킬 수 있는 증거들."

재훈의 얼굴이 굳었다.

"미쳤어요? 그거 들키면 우리 다 죽어요."

"들키지 않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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