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째
나는 한 달 동안 준비했다.
팀장 5명 모두에게 조금씩 진실을 말했다.
"우리 탈출합니다."
"미쳤어?"
"아니요. 계획 있어요."
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박재훈: "위험하지만... 해보죠."
이현수: "가족 인질 잡혀있어요. 못 해요."
김동욱: "나는 여기 남을게. 근데 방해는 안 할게."
정민호: "저도 끼워주세요."
한소라: "증거만 확실하면 동의해요."
5명 중 3명이 동의했다.
그리고 선임 15명 중 8명.
일반 작업자 160명 중...
"전체 집회 소집하겠습니다."
1층 대강당.
200명이 모였다.
나는 단상에 올라갔다.
"여러분, 저는 16개월 전에 여기 왔습니다. 여러분처럼 속아서."
웅성거림.
"처음엔 탈출만 생각했어요. 근데 깨달았죠. 혼자는 못 나간다는 걸."
"그래서 올라갔어요. 총괄까지. 이유는 하나예요.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서."
누군가 비웃었다.
"개소리! 당신은 우릴 때렸잖아! 고문했잖아!"
맞는 말이었다.
"맞아요. 저는 괴물이 됐어요. 여기서 살아남으려고."
나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하지만 이제 끝낼 겁니다. 이 안에 조직 붕괴시킬 증거가 다 있어요."
"어떻게 믿어요?"
"못 믿으면 안 믿어도 돼요. 근데 저는 실행할 겁니다. 다음 주 한국 출장 때 이걸 빼돌려서 검찰에 넘길 거예요."
"그럼 우린요?"
"여러분은 여기 남아있으세요. 제가 밖에서 신고하면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정부한테 압박 넣을 거예요. 시간 걸리겠지만 구조될 겁니다."
"당신은요?"
"저는... 감옥 가겠죠. 여러분을 여기 보낸 사람이니까."
침묵.
그때 누군가 일어났다.
김지훈이었다. 내가 죽이려다 살린 그 애.
"저는 믿습니다. 총괄님이 저 살려줬으니까."
또 한 명이 일어났다.
"저도요."
그리고 또 한 명.
결국 200명 중 180명이 일어났다.
"우리 함께 나갑시다."
그날 밤, 6층 사무실.
노크 소리.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현웅이었다.
"민재야, 집회 내용 들었어."
"형이 시킨 대로 했어요."
"아니야. 네가 너무 앞서 나갔어. 200명한테 다 말했다고?"
"믿어야 함께 움직이니까요."
"바보 같은 짓이야. 저 중에 배신자가 있으면 어떻게 해?"
"그럼 죽겠죠."
현웅이 한숨을 쉬었다.
"민재야, 계획 바꿔야 돼."
"왜요?"
"총책이 눈치챘어. 너 수상하다고."
심장이 멎었다.
"어떻게..."
"CCTV야. 6층에도 숨겨진 카메라 있어. 네가 USB 만지는 거 다 찍혔어."
"그럼..."
"내일 경비들이 올 거야. 널 잡으러."
"형은요?"
"나도 의심받고 있어. USB 준 게 들킨 것 같아."
현웅이 나를 봤다.
"그래서 오늘 밤 나가야 돼."
"오늘요? 준비도 안 됐는데..."
"준비고 뭐고 없어. 지금 아니면 우리 다 죽어."
현웅이 가방을 던졌다.
"여기 여권, 현금 3천만원, 태국행 버스 표. 자정에 정문 폭파한다. 그 틈에 뛰어나가."
"형은요?"
"나는 CCTV 조작하고, 경비들 주의 분산시킬게."
"같이 가요."
"안 돼. 둘이 움직이면 들켜. 너 혼자 가."
"형..."
현웅이 내 어깨를 잡았다.
"민재야, 약속해. 살아서 나가. 그리고 이 새끼들 다 잡아."
"같이 가요, 제발."
"안 돼."
현웅이 돌아서서 나갔다.
문이 닫혔다.
나는 가방을 들었다.
시계를 봤다. 오후 11시 30분.
30분 남았다.
자정.
나는 1층 복도에 숨어있었다.
경비실이 보였다. 경비 5명, 무기고 앞.
11시 59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12시.
펑—
정문에서 폭발음.
경비들이 뛰어나갔다.
"적 침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