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행 심야버스

by 천상우
캄보디아 웬치 가상 이미지.png

나는 반대편 비상구로 달렸다.

문을 열었다. 철조망이 보였다.

이미 잘려있었다. 현웅이 미리 준비해둔 것.

철조망을 넘었다.

처음으로.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웬치 밖.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거기 서!"

나는 정글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뛰었다.

앞만 보고.


1시간 후.

나는 도로에 도착했다.

캄보디아 남부 간선도로.

저 멀리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태국행 심야 버스.

뛰었다.

"잠깐만요! 태워주세요!"

버스가 멈췄다.

문이 열렸다.

"표 있어요?"

"네!"

나는 버스에 올랐다.

좌석에 앉았다.

버스가 출발했다.

창밖으로 웬치가 멀어졌다.

그곳에는 아직 200명이 있었다.

그리고 현웅 형이 있었다.

미안해요, 형.

나 혼자 나왔어요.

창문에 이마를 댔다.

눈물이 흘렀다.


새벽 5시.

태국 국경.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입국 심사대.

"여권 보여주세요."

손이 떨렸다. 여권을 건넸다.

담당자가 여권을 스캔했다.

삐—

경보음.

"잠시만요. 이쪽으로 오세요."

심장이 멎었다.

별실로 끌려갔다.

태국 경찰 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재 씨 맞나요?"

"...네."

"체포합니다. 인신매매 혐의."

수갑이 채워졌다.

끝났다.

여기서 끝나는구나.

그때 문이 열렸다.

한국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정장 차림.

"저는 주태국 한국 대사관 영사입니다. 이분은 우리 국민입니다. 신병 인도 요청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범죄자—"

"증거 있습니까? 없으면 인도하세요."

태국 경찰이 망설이다가 수갑을 풀었다.

"영사님, 어떻게..."

"밖에서 얘기하죠."


대사관 차량 안.

영사가 말했다.

"김민재 씨, 당신이 16개월 동안 보낸 제보 받았습니다."

"...네?"

"NGO, 경찰, 언론사. 총 47건의 익명 제보. 다 추적했어요."

영사가 태블릿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제 밤, 서현웅이라는 사람이 한국 검찰에 직접 전화했습니다. '지금 당장 웬치를 급습하라'고요."

"형이요?"

"네. 그분이 준 정보 덕분에 캄보디아 정부가 움직였어요. 지금 웬치에 합동 수사팀이 투입됐습니다."

"200명은요?"

"전원 구조 중입니다."

나는 숨이 막혔다.

"형은... 형은 어떻게 됐어요?"

영사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서현웅 씨는... 총격전 중에 사망했습니다."

"...뭐라고요?"

"경비들과 교전 중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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