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천상우
캄보디아 웬치 가상 이미지.png

나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준비한 자료를 낭독했다.

"저같은 괴물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해외 범죄조직 피해자 보호법안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는 범죄 우려 국가에 꼭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하고, 현지 연락책을 통해 자국 국민이 한명이라도 납치 또는 감금된 징후가 보일 경우 해외 현지 정부와 즉각 공조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았습니다."

의원들이 질문했다.

"하지만 김민재 씨, 당신도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습니까? 한국 국민을 상대로 돈을 뜯은 장본인인데, 그런 사람들을 다 구해야 합니까."

"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를 포함해 그들은 괴물이 되기 전에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괴물이 되었다고 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인해 괴물로 만들 것입니다. 저는 괴물이 되어서야 운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목숨을 걸어줘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내가 제안한 법안은 한 여당 의원이 발의했다. 법사위원회를 통과할줄 알았으나 2년이 지나도 법은 통과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관련 상임위에서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정치인들 눈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고, 그런 이슈들로 인해 특별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50살이 됐다.

머리에 흰머리가 섞였다.

사무실에는 액자가 걸려있다.

"해외범죄피해자 구조 - 10년간 2,847명 구조"

그리고 또 다른 액자.

서현웅의 사진.

"영원히 기억합니다"

노크 소리.

"들어오세요."

김지훈이 들어왔다. 이제 30대 중반. 우리 센터 부센터장이었다.

"형님, 새 케이스 들어왔어요."

"어디?"

"라오스. 범죄단지. 피해자 추정 300명."

나는 일어났다.

"팀 꾸려. 내일 출발한다."

"네."

지훈이 나가려다 돌아섰다.

"형님."

"왜?"

"형님은 후회 안 하세요? 웬치에서의 시간."

나는 창밖을 봤다.

"후회는... 매일 해. 내가 때렸던 사람들, 웬치로 데려온 사람들."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살았잖아요."

"그게 더 무거워.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그래서 계속 하시는 거예요? 구조 활동?"

"응. 멈출 수가 없어. 멈추면 현웅 형한테 미안하거든."

지훈이 웃었다.

"형님은 영웅이에요."

"아니야. 나는 그냥... 빚 갚는 중이야."

지훈이 나갔다.

나는 현웅 형 사진을 봤다.

"형, 오늘도 한 명 더 구하러 갑니다."

사진 속 현웅이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민재야. 그렇게 살아.'

나는 가방을 들었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 끝에 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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