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파서 죽겠는데 먹을 시가 없다, 내 입에 시를 좀 물려다오.
시가 고파 죽겠는데
시가 없다
내 속에서 시가 부재한다
시에게서 거부당한 기분이다
시를 갈구하면서
시를 한 편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여
시로 인해 나는 슬프다
도대체
시도 쓸 수 없는데
다른 어떤 가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만나고 싶은데 나를 좀체 만나주지 않는 사람 때문에 섭섭한 것 보다도
몇 곱절은 더 서럽다 서럽고 괴롭다
시가 나를 택해주지 않아서 서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린아이처럼 바닥에 퍼져 앉아서
떼쓰면서 울어재끼고 싶다
시가 내게 얼른 와서 젖 물려 시를 주면 좋겠다
시의 젖무덤에 코를 박고 울고 싶다
자꾸만 쓰고 싶다
쓰고 싶은 날은
외로운 날
괴로운 날
기쁜 날
즐거운 날
아픈 날
좋은 날
나쁜 날
모든 살아있는 날
살고자 하면
쓰자
쓰고 보자
하루씩 살고
하루치를 쓰고
살기 위해 쓰듯
쓰기 위해 살자
자꾸만 쓰고 싶은 것은
자꾸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 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