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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Mar 23. 2022

시고픔

시고파서 죽겠는데 먹을 시가 없다, 내 입에 시를 좀 물려다오.



시가 고파 죽겠는데

시가 없다

내 속에서 시가 부재한다

시에게서 거부당한 기분이다

시를 갈구하면서

시를 한 편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여

시로 인해 나는 슬프다

도대체

시도 쓸 수 없는데

다른 어떤 가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만나고 싶은데 나를 좀체 만나주지 않는 사람 때문에 섭섭한 것 보다도

몇 곱절은 더 서럽다 서럽고 괴롭다

시가 나를 택해주지 않아서 서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린아이처럼 바닥에 퍼져 앉아서

떼쓰면서 울어재끼고 싶다

시가 내게 얼른 와서 젖 물려 시를 주면 좋겠다

시의 젖무덤에 코를 박고 울고 싶다

자꾸만 쓰고 싶다

쓰고 싶은 날은

외로운 날

괴로운 날

기쁜 날

즐거운 날

아픈 날

좋은 날

나쁜 날

모든 살아있는 날

살고자 하면 

쓰자

쓰고 보자

하루씩 살고

하루치를 쓰고

살기 위해 쓰듯

쓰기 위해 살자

자꾸만 쓰고 싶은 것은

자꾸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 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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