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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chterin 여자시인 May 23. 2022

넘사벽 10개의 에피소드

브런치북 최소 발행기준 채우기도 버겁다


(커버 출처: Pexels)






드디어 10번째 에피소드


브런치북 최소 발행기준은 총 10편의 글을 채우는 것이다.  

열 개의 꼭지를 모아서 한 묶음으로 모으는 작업이다. 브런치 작가로 당선되었을 때만 해도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 내지는 자뻑으로 '글 내림'을 받았네 운운하면서 단숨에 열 꼭지쯤은 휘갈겨 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이미 1월부터 브런치 활동을 하며 검증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내 '글 내림'은 반만 내렸는지 그다지 영험치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글 내림 따위의 샤머니즘 적이고 찰나적인 운빨, 글빨에 기대 왔기 때문일까? 또 한 한 달여 정도 나는 쓰기를 쉬게 되었고 이제야 겨우 열 번째 에피소드를 쓸 여력을 마련했다.  


이래서 최소한의 기준은 다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적다면 턱없이 적을 10개의 글 꼭지로 도대체 뭘 하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또 많다면 많을 편수가 이 10편이다. 실재로도 단 10개의 최소 기준만 채운채로 발행된 브런치북들을 여럿 접했고 그들 중에는 정말 10편으로 짜임새 있게 스마트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것들도 많았다. 결국 길게 쓴 글이라고 다 잘 쓴 글이 아니고, 두꺼운 책이라고 다 대단한 책이 아니듯,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고도 최대한의 가치를 지니는 글을 써내는 몫은 오로지 쓰는 사람, 즉 작가에게 달려있는 일이 리라.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


주제를 하나 정해서 그것에 관련된 연관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적어도' 열 개는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그보다 더 큰 분량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도 그 잠재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아니, 이렇게 브런치 북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나도 참여를 하게 되면서 동의하지 아니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 최소한으로 확보한 10개의 시드-텍스트(seed text)를 가지고 각각의 꼭지에 세부 꼭지를 서너 개 더 확장시켜가면서 해당 콘텐츠를 보다 더 심도 있게 다뤄 낼 수도 있게 된다. 


브런치를 하게 되면서 더욱더 글쓰기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한다. 다른 글들을 읽어보면 출간 작가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내일이라도 당장 출판사에 원고 뭉치를 들고 가면 책 출간 제의를 받을 것 같은 글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콘텐츠들이 매일매일 매 시간당 쏟아져 나오는 이곳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거나 그대로 실망해서 주저앉아버리기 십상이겠다는 위협감마저 든다. 


집에서 홈트레이닝용 운동 동작들을 보더라도 10회씩 한 세트로 구성해서 꾸준히 반복하여 해당 부위를 자극해주면서 기본 체력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 많다. 왜 브런치에서 브런치북 발간을 위해 최소한도 10개의 연관성 있는 글을 쓰게 했는가? 역시 이 10회가 한 세트로 이루어지는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제일 어려운 것이 첫 시작이고, 그다음은 그걸 어느 정도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모으는 단계이다. 마치 저축을 할 때에도 종잣돈을 모으고 나면 그 뒤로부터는 조금 더 다양한 재테크 기법들을 이용해서 뭔가를 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편으로 작은 사족을 달자면,  브런치 북을 위해서는 또 너무 많은 개수의 글들을 모으는 것도 지양하려는 것 같다. 10편을 기본으로 하되, 30편 정도를 최대치로 정하는 것 같은데 물론 내용만 탄탄하게 뒷받침된다면야 다다익선이지 않을까 싶지만 '브런치북' 만을 위해서라면 너무 읽는 호흡이 늘어지는 편수라면 차라리 다른 매체로, 이를테면 종이책이나 전자책 발간 쪽으로 노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차라리 매거진 상태로 만들어두고 계속해서 콘텐츠를 추가하다가 어느 시점쯤에서 이런 식으로 다양한 매체로 출간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듯하다. 






변곡점


이제 이 <성장일지>도 시작한 이래로 첫 열 편의 이야기들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한 세트 마쳤다고 금세 물 한 모금 마시다가 잠깐 앉는다는 것이 드러눕게 되고 누운 김에 한숨 자고 일어났다가 다시 퍼질러 앉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면 그간의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버리는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이 10편의 글을 써낼 수 있다는 저력을 밑거름으로 삼으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콘텐츠 기획'이다. 기획이라는 것이 거창하다면 거창한 단어인데 결국 어떤 의도를 어떻게 계획해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아우르는 일이지 않겠는가. 자기 콘텐츠를 가지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콘텐츠를 자기 손으로 적절히 기획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는 여전히 10개의 에피소드를 연달아 써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이겠지만, 또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넘사벽이기도 하다. 언젠가 머지않아 브린이 성장일지도 하나의 브런치 북으로 엮어내는 날이 온다면, 나는 제일 먼저 지금의 이 열 번째 에피소드를 다시금 읽어보고 싶다. 발전 선상에서 10편씩의 글들이 모여 그 앞자리가 바뀌는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글쓰기 근육도, 기획력의 유연성도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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