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 할 때
이름자 뒤에 반점 찍고
시인 하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괄호 열고
시인 하고
괄호 닫고
시를 쓰는 아무개 입니다
무슨 시를 쓰시나요?
살아가는 순간을 씁니다
뭐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게 되더라도
별로 재미 질 것도 없더라도
예술가로 살고싶은데
내 예술은
나를,
너를
나아가 세상을
썩 대단 할 거 없지만
야단법석 피우지 않더라도
조용히 찬찬하게
그렇게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평생의 소원이다
엄마한테 미안하지만
내 이기적인 소원이다
나는 아주
되바라진
그런 계집애다
언젠가 죽고나면
내 묘비에는
아무개 하고나서 반점 찍고
시인 하고 쓰여지면
아니면 그 비석에 반점찍고
글쓰고 살았던 여자라고
쓰여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