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그녀는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맞선이라는 것을 보러 가는 길이다.
가을볕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미간에 옅은 주름이 잡히다 이내 곧 흔적 없이 펴졌다. 심술이라도 부리려는 듯이 햇살은 덧칠한 파운데이션의 연한 단층을 비집듯 꿰뚫더니 잠깐 반짝하는 찰나에 그녀의 콧잔등에 자잘히 뿌려놓은 주근깨를 들춰냈다가 다시 감추었다. 얼마든지 몇 번이고 수틀리면 그게 뭐든 다 까발려버리고도 남을 되바라진 기세였다.
맞선 같은 것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거라고 믿었는데 어느덧 사람들의 지나가며 던지는 반 푼짜리 농담조차도 ‘선 한 번 봐 볼래?’와 같은 말로 들어오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져 버린 처지가 되었다. 사실은 그런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그녀를 편들어 말려 주지 않았고 되려 죄다 한통속이 되어 등을 떠밀었기 때문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떠밀려 나왔다.
맞선이라는 게 별 게 있겠나 하면서 그녀는 엄마가 예약해 둔 미용실에 들러 머리 모양을 손질하고 화장을 했다. 엄마가 메이크업 실장님에게 특별히 주문하기를 주근깨를 좀 자연스럽게 덮어달라고 했다는데 차라리 그러지 말라고 할걸, 그녀는 후회했다. 뭐 잘 보일 일 있다고. 주근깨 좀 나있으면 어때서. 그렇게 차려놓고 보니 그녀는 예뻤다. 도대체 그렇게 예쁜 여자가 그렇게까지 예쁘게 치장을 덧입혀서 나갈 곳이라는 데가 글쎄 맞선 자리밖에 없다는 것이 이날 하루의 아이러니였다. 미용실 문을 닫고 나오며 그녀는 생각했다. 맞선은 잘 차려입고 나가서 호텔 커피숍 같은 곳에서 테이블 하나 사이에 두고 앉아서 모르는 남자를 만나는 일이다.
그녀는 기왕 그럴 바에야 약아지기로 했다. 어차피 한 잔에 기본 만 오천 원쯤 하는 커피를 파는 호텔 커피숍에 가서 남자가 사주는 커피를 호사스럽게 마시고 적당히 얼굴과 웃음을 팔다 돌아오면 그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