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제발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3일이 지났다.
어김없이 밤 11~12시쯤 잠자리에 누웠는데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번과 같이 시끄럽게 떠들고 웃는 소리였다. 이제 잘 시간이니 조금 있으면 조용해지겠지 하며 또 새벽 1시가 넘어갔다.
층간소음이 발생한다고 이웃집의 문을 두드리는 건 꽤나 결심이 필요하다.
첫째, 어떤 이웃일지 모른다. 적반하장으로 나올지, 심지어 기분 나빠하며 보복소음을 일으킬지 모른다.
둘째, 내 신상을 노출시켜야 한다. 내가 윗집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내 얼굴과 목소리를 알려주게 된다. 앞으로 우연히 또 마주칠 확률이 크기에 꺼림칙하다.
그렇기에 가능한 서로 부딪히는 일 없이 해결되길 바라며 참고 참게 된다. 이러한 위험부담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간다는 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린 이미 한번 그 불편한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불과 3일 전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밤이 깊어질수록 웃고 떠드는 소리가 커져가기 시작했다.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참다못한 나는 동거인과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너무 화가 나니 무서움보다 분노가 앞섰다.
우리 집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복도에는 아랫집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일단 녹음을 했다. 직접 들어보라고 들려주면 조금이라도 깨닫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아랫집 문을 쾅쾅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너무 시끄럽게 노느라 듣지 못한 것이다. 더 세게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젊은 남자 둘이었다. 술에 취해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둘의 태도에는 술자리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윗집인데요. 너무 시끄러워서요.’
‘끝났어요’
내가 준비한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이제 끝났다며 문을 닫으려 하기에 다급하게 덧붙였다. 녹음을 틀어 들려주었다. 녹음을 듣더니 둘 중 한 남자가 ‘이거 네 목소리잖아’하는 듯 옆의 남자를 향해 작게 웃었다.
‘적어도 밤 11시 이후에는 조용히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아 네네’
아랫집은 얼른 문을 닫고 마무리하고 싶은 눈치였고 나 역시도 술 취한 사람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나 싶은 마음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우리가 다녀오고 나서도 커다랗게 웃는 소리가 한번 들리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소음은 사라졌다. 저들이 저렇게 쉽게 웃어넘기듯 우리도 쉽게 소음을 내고 쉽게 화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새벽 2시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나...
그리고 열흘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