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1
놓치지 말자.
내 하루, 내 호흡, 내 감상, 내 즐거움, 내 사람.
매일 시간에 잡아먹혀 살다가 내 삶에 빈페이지가 가득할까봐 두렵다.
일기장에는 솔직한 내가 있다.
나에게든. 다른 사람에게든 진솔하고 싶을 때마다 일기장을 꺼내본다.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궁금해하며.
2016. 11. 11
첫 번째. 집계약
아침 일찍 집을 계약했다. 부동산 가는 길이 늦어서 택시를 탔고 기사 아저씨는 같이 맘 졸여주시며 차선을 열심히 바꿔 주셨다. 무튼 도장도 찍고 열심히 싸인한 날이다. 아직도 나한테는 큰 돈이 나가고 싸인을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낯설다. 갑과 을로 칭해지는 계약서들도.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자연스러운 척 싸인을 했지만 계약 관계는 늘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래도 하나의 걱정은 덜었다. 열심히 집보러 돌아다니고 전화하고 계약까지 마쳤다. 내심 뿌듯한 하루다. 해야하는 일들을 하나씩 성취할 때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매일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주고 싶다.
두 번째. 단풍
겨울과 가을 사이. 요즘 날씨가 딱 좋다. 면접보러 가야하는데. 가로수길이 이뻐서 혼자 걸어다녔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도 좋고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도 좋고 카페에 앉아서 낙엽을 보는 것도 좋다. 영원히 가을이어라.
세 번째. 면접
면접을 보았다. 면접은 항상 조금 떨리고 많이 재밌다. 알바도 대외활동도 많이 했어서 면접이 어색하지는 않다. 그냥 궁금했던 걸 많이 물어보고 온다. 오늘도 이것 저것 물어보다가 직원분들과 친해졌다. 난 늘 궁금한 게 많다. 얕고 넓은 호기심 덕분에 혼자 잘논다. 요즘은 나한테 쓰는 시간에 정말 감사하다.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누리지 못할 여유. 지금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온전히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공부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채우고 있다. 자소서도 면접도 취업도 아무것도 아니다. 난 나처럼 살고 싶다. 계속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원하고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