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하늘 Mar 24.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53번째 단추

FLY

날아라, 날아라


01.독립비행


마음이 붕 뜰때면 공항을 찾아가곤 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약속 시간을 십여분 늦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비행기를 타고 고작 한 시간이면 쾌쾌한 서울을 떠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정들과 쉽게 떠나기 싫어하는 나의 기질 때문에 잠시동안만 공항에 머물렀다.  

장례식이나 결혼식, 중국으로 떠난 언니가 돌아온다던지 뚜렷한 명분이 생기면 집으로 가기위해 비행기를 탔다. 한시간만 눈을 감았다 뜨면 야자수 나무와 맑은 공기가 나를 맞이했고 모든 풍경이 달라졌다. 공항에 도착해 몇 걸음만 걸으면 낯익은 시내버스가 있고 또 택시를 타고 15분이면 낯익은 집에 도착한다. 걸음걸음마다 서울에 살면서 까먹고 있었던 그리운 것들이 눈에 밟힌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혼자 비행기를 타는 일은 아주 익숙하다. 그리워하는 것들을 만나기 위해 큰 기계에 탑승하는 번거로움. 담담하게 공항에서 인사를 나누고 쉽게 다음 만남을 말하지 않고서 뒤를 돌아 비행기를 타고 또 한시간. 다시 나의 일상권이 된 서울로 돌아온다. 그리움을 잘 이기는 사람이 될 것. 독립비행의 첫번째 조건이다.

 


02.전비행


목소리는 하늘도 바다도 쉬이 건넌다.


거긴 날씨 어때?

난 지금 옥상이야. 서울은 뿌얘.

집은 별 일 없고. 중국은?


전화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아 하늘길에 보낸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눈을 보고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전화로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남겨둔다. 그러면 그립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내 곁에 없는 것들이 유독 미워진다.



03.나의 비행


다섯 번의 비행을 할 예정이다. 집으로 왔다갔다 밖으로 왔다갔다. 사실은 마음의 준비도 여행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도 하나도 안되었다. 그냥 그 멀리서 많은 걸 버리고 오고 싶다. 많이 지치고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모든 그리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란 생각.


FLY,FLY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그 150번째 단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