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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Apr 03.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58번째 단추

이야기


0. 

가끔씩 유튜브로 빗소리를 듣는다. 

그럼 맑은 하늘에 주륵주륵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정말 비가 내리는 것처럼 생각에 빠진다. 


1. 

비가 오는 날엔 하늘보다 땅으로.

아래로 아래로만 시선이 닿는다. 

더 낮은 고요를 향해 걷다보면 가슴 시렸던 순간이나, 화가 가득차 아무말을 했던 때, 설레서 침묵했던 날.

내가 만들었던 여러 시간과 이야기가 떠오른다. 



2. 

늘 그런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럭저럭 사는 이야기. 

모자람이 가득찬, 서투름이 보편적인. 

얼룩진 삶이 부끄럽지 않은.

지나친 보람도, 극적인 우승도 없는 이야기.

세상에는 멋있는 이야기가 넘쳐나고 결말을 향한 전개 또한 완벽하다.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는 책이나 친구의 일기장, 누군가의 기록 속에

어디서나 볼 수 없게 숨어있다.     



3. 

가끔씩 마주하는 담백한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살아간다. 

몇 가지 단어로 충분한 이야기. 

재미없어도 되는 이야기.

배반이 없는 이야기. 

뒷모습이 생각나는 이야기. 


내게 들려준 그 모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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