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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Apr 19.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66번째 단추

나의 지금


1.  아픔


얼마 전, 땡볕 아래서 몸이 휘청거렸다. 나중에 알았지만 무더위가 시작된 주라 기온이 40도에 이르렀는데, 또 생각없이 걷다가 더위를 먹었는지 저혈압 쇼크가 왔는지. 눈 앞에 건물들이 흔들리고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일행들이 주변에 없었더라면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가게에 누워 물티슈로 얼굴을 덮고 누워있다가 몇 번을 토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로는 계속 잔병치레를 하는 중이다. 그 흔한 생리통도 없이 어떤 병치레도 없이 살았는데 나에게도 생소한 일이었다. 식은땀으로 온몸을 적시고 기차에 몸을 실으니 '아프다는 것'이 실감났다.

몸이 아픈 이후로는 무사히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걸을 힘이 없을 때나 계단 오를 힘이 부칠 때면 자주 주저앉아 쉬었다. 지금 나는 느리게 걷는다.  


2. 편안함


오늘은 하루종일 숙소에만 있을 예정이다. 빨래하기. 약국다녀오기. ATM에서 돈 인출하기. 바나나 사기. 정도만 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는 짧은 시간이 무척 행복하다. 인도 여행은 불편함의 연속이다. 물을 제때 마시기 어려울 때가 있고 딱딱한 침대에서 온몸이 뻐근하게 자야할 때가 있고 비위생적인 시설을 이용해야할 때도 많다.

인도에 와서 불편함의 정의가 싹다 바뀌었다.

불편한만큼 고마워할 것들이 늘었다.


3. 아름다움


눈에 담고 싶은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곳에서 나는 아름다움 보다 추함을 더 많이 발견했다. 아름다움 안에 추함이 숨겨져있을지도 모른다. 그림같은 풍경 아래, 가난한 사람들이 구걸하고 물건을 팔기위해 사람을 붙잡는다. 모두가 간절하다. 그들의 눈에는 진실이 없고 삶의 연속, 생존만이 남아있다.

매일을 가난한 무리와 마주치고 그들의 까만 호의와 눈속임을 마주하고 또 이따금씩 선한 이들을 만나며 이곳에서 지낸다.
열심히 아름다운 것에 대한 시비를 가리다가 나를 쳐다보는 지금이다.


p.s
떡볶이가 너무 먹고싶다.

보고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돌아가면 모두와 떡볶이를 먹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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