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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Apr 24.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69번째 단추

외로움


친구가 혼자하는 여행이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응!!

아니다. 딱 맛있는 거 먹을 때랑  아름다운 거 볼 때 외로워.

어제밤은 기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늦은 시간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거리를 달려 숙소에 왔다. 밤 시간대에 길거리에 있어본 적이 첨이었다. 운전사는  계속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이토록 위험한 귀갓길 다신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방에 짐을 풀고 옥상에 올라갔다.


눈 앞에는 절벽에 쌓아올려진 붉은 성벽이 보이고 달은 유난히 밝았다. 찐한 남색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를 마주할 때 난 외롭다.


나눠주고 싶은 사람이 멀리 있어서.


1.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서 대개 기차를 13시간 정도 탄다. 그로인해 반나절동안  변하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아팠을 때든 아니든 창 너머 세상에 빠져서 시간이 빨리 간다. 해가 고개를 숙이다가  저 산 너머로 조금씩 사라졌다.
같이 보면 좋았을 하루의 끝.


2.

큰 돈(500루피)을 쓰기 편한 잔돈으로 깨기 위해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생수(20루피)를 사기 위해 매일 들르는 구멍가게에는 대부분 잔돈이 없기 때문이다. 적당히 아무 메뉴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특히 매콤한 맛, 달달한 맛, 새콤한 크림맛. 세 가지 카레 소스가 전부 맛났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3.


꾸벅꾸벅 조는 강아지를 지켜본다.

어제 보았던 성에 올라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흥미로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호숫가에서 잠시 서있는다.

하늘색 집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모든 풍경이 새롭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아 정신이 없다. 여행지에서 내 하루는 작은 일들이 훨씬 촘촘하게 모여 흘러간다. 내가 해야하는 일(지금으로선 이집트 여행준비)을 하다가 또 혼자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다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설때면 나는 분명 외로워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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