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35일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 많은 풍경.
누구나 움직임이 많은 일상, 여행이라는 특별한 조건 안에서 평소보다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원래도 보는 것(영화, 책, 전시)을 좋아했기에
여행기간동안 밥 먹을 시간을 아껴가며 무엇이든 더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우리로 묶일 수 없는 우리, 사람들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너무나 다른 것을 느낀다.
누군 서서 눈물을 흘리고 누군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잘난체 웃어버리고 누군 실망을 감추지 못해 화를 낸다.
매일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사람, 다른 풍경을 보았다.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다름을 만나는 건 언제나 제값을 치른다.
아주 색다른 화풍의 그림을 보아도 충격이라는 값을 치르듯이.
눈으로 보고 뇌의 인지작용을 거쳐 가슴에 도달하기까지 때론 즐겁고 때론 아픈 여정을 견뎌야 했다.
대학 시절, 단순히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관광학부를 부전공했다.
한 수업에서 교수님은 관광의 의미는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나서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좋았다.
모두가 보는 것을 매일 너무나 열심히 하고 있지만, 보고 나서 하는 생각들은 짧디 짧다.
나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감각은 시각이고 지금도 열심히 보고 싶은 것들을 보러 다닌다.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전시를 본다.
여행기 정리도 시작했는데,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며 첫문장을 끄적이고 있다.
내가 뭘 보고 느꼈는지. 내가 더 나아졌는지 보기 위해.
아름다움을 보는 난 아름다운가.
눈을 여러 개 달고 싶다.
아름다움을 보는 일이 즐겁다.
무엇보다 진짜와 가짜를 알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