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이상한 끌림
마음의 끌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지나쳐갈 것 같은 풍경도 스쳐가리라 믿었던 사람들도 어느새 내 눈앞에 와있다. 한때는 이 모든 만남과 접점이 우연이라고. 우연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차라리 필연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음의 끌림(원망과 질투, 사랑, 아낌, 앙금, 상처가 만들어낸)이 서로를 다시 만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믿는다. 존재만으로 위안을 주는 이에게 사랑을 받고 내 존재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난다는 이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걸 무엇보다 아끼고 신뢰한다.
이집트에 가고 싶다고. 인도에 가고 싶다고. 흥얼거린지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막연하게 사진만 보고서 떠나고 싶었던 곳. 사는 게 뭐 그리 바빠 핑계만 대다가 지금에야 와있다. 6년은 외면하고 있었던 끌림이 현실로 당겨졌다.
오늘은 시장에 가서 친구에게 줄 팔찌 사기, 맛있는 밥먹기, 맛있는 음료 마시기가 하루 계획이었다. '스텝웰'이라는 카페를 찾아왔는데, 1층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다이빙을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가보고 싶었는데 못 찾았던 우물가였다. 그래서 카페 이름이 'stepwell'이었구나. 뒷북을 치며 소파에 앉았다. 사방팔방 물을 튀기며 소년들이 두려움 없이 논다.
또 언제고 내가 바라던 곳에, 내가 바라던 사람 앞에 가있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상한 끌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