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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Aug 06.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81번째 단추

펑펑


(어제 쓴 이야기)


1. 


펑펑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펑펑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하고 잠이 들기 전에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2.


오랜만에 취재를 나왔다.

이태원에 있는 문화 공간에서 이뤄진 재미난 행사를 취재하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취재라 기분이 좋았다.

모르는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고, 모르는 것들은 새로운 생각을 준다. 그 점을 좋아한다.


에디터로 일할 때도, 모르는 세계를 자꾸 알게되는 점이 호기심 많은 성격에 딱 맞았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의 언어를 듣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신선함밖에 없던 날.  


그러다 펑펑 울게 될 줄은 몰랐다.


3.


마지막 행사 순서는 사비나앤드론즈 공연이었다.


말해줘요 그 모든 이유를 
향기로운 꽃이 그토록 외로이 피어야 할 
또 말해줘요
많은사람 속에 혼자인 것 같은 이유를
lover, 외로운 그대여
할 수 있는 것은 
내 가시덤불 속에 그 속에 
누군가를 가두는 것뿐
가슴이 아려올 때 
슬픈 음악이 나의 눈물로 흐를 때 
where are you

where are you then

where are you
감싸주던 저 바람은 

where are you

where are you then

where are you

날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눈물이 났다.

울다가 사진을 찍는 일이 얼마나 웃긴지 생각하며 울었다. 울다가 메모를 끄적이는 일도.

단발은 우는 얼굴을 가려주지 못한다. 

그 노랫말에, 그 목소리에, 그 연주는 모르는 척 했던 슬픔을 꺼내주었다.

스쳐간 사람들이 날 펑펑 울렸다.

모두가 모르는 사람이라 눈물이 더 쉼없이 나왔다.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지 몰라서 아팠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 힘이 더 컸더라면,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오지 않았을까.

난 용기를 다 썼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상처를 줘야했을까.

사라진 다음에 소중했다고 말하면 안되지.


늘 답없던 물음들.


날 슬프게 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자고 다짐한지 시간이 조금 흘렀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놓고 누군가는 괜찮다고 믿지 않는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해놓고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보고서,

나를 슬프게 만든 사람들도 펑펑 울었겠지 생각했다.


어떤 비난이나 어떤 조언도 아닌, 어떤 위로가 우리에겐 필요했는데.

오늘 노래가 펑펑 울어도 된다고, 다 아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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