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화.프롤로그
누굴 만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에 따라 하루가 바뀌듯, 여행지에서도 하루의 모양새는 엇비슷하게 흘러간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 좋은 하루라 정의하고 불쾌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찜찜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지었다. 내 삶의 화두가 늘 사람이었듯 인도 여행에서 가져온 기억 대부분은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는 3주간 떠났던 인도 여행기이다. 잊혀지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여행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3주라는 시간도 혼자 다녀왔다는 사실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싶다. 딱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는 만큼 인도에서 고스란히 지냈다. 다른 장소에 도달했다고 다른 사람이 되진 않았고 이 뚜렷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어 지금이 평안하다.
‘인도가 얼마나 위험한 나라인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다. 모두가 하는 말이라 덧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호인을 많이 만났다. 이 또한 나만의 경우일 수 있지만 염려와 두려움, 사람들이 부풀리기 좋아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뛰어넘을 만큼 인도는 멋진 나라다. 어딜 가더라도 우리는 각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보고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용기가 있는 만큼 다가서고 두려움이 생긴 순간 멈춘다.
고작 3주지만 인도에서 지내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내가 머릿속으로 만들었던 무서운 것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인도에서도 길거리에 아이들을 좋아했으며, 가로수와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 아름답다고 멈춰서 있었다. 여행이 힘들 때는 ‘후회한다, 지치다, 아프다’ 친구들에게 투정했고, 엄마한테는 여행은 좋은 것들 뿐이라며 멀쩡하게 잘 다니는 척했다.
평소에는 끼니를 대충 챙기가다 맛있는 음식을 한꺼번에 먹다 체했고 또 친구를 사귀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더러움, 사악함, 추한 것들 마주했을 때는 충격을 받고 한참은 그 대상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다음엔 나한테 생각할 거리를 준 환경에 감사했다. 무조건 싫다고 말하지 않고 대화했다. 그들의 문화가 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꾸 물어보았다.
'디어,인도' 여행기는 아마 장소에 대한 이야기보단 사람, 그리고 내가 나눴던 대화에 대한 사적인 글이 될 것이다. 혹자는 인도에 대한 다른 인상을 갖고 있을 것이고 큰 미움 혹은 큰 즐거움이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모든 글은 각자의 눈으로 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다만 인도 여행을 부정적인 언어로만, 인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쉬운 언어로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