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하다
01.
방금 읽던 책을 덮었다.
스콧 스토셀의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라는 책이다.
어느 문장에서 마음이 찌릿해서 읽기를 멈췄다.
02.
그냥 길을 걷다가, 그냥 밥을 먹다가, 그냥 커피를 마시다가
마음이 찌릿해서 가만히 멈춰있을 때가 있다.
03.
3일동안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몰아서 봤다.
드라마 속에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트라우마에 갇혀 환시를 보는 사람, 아픈 사람을 사랑해서 아플 수밖에 없는 사람.
사람들은 모두 정신병자라는 보편적인 사실을 늘 마음 속으로 새기고 있는데도,
어느 장면에서는 마음이 찌릿해서 일시정지를 눌렀다.
마치 정전기처럼 마음이 찌릿한 순간이 온다. 따끔하다고 해야하나. 누군가 콕콕 찌르는 것 같다.
기쁨도 슬픔도 애정도 기대도 배신감도. 뭐든 가득 느끼는 내 성미는
소리내서 웃는 순간만큼이나 많이 소리없이 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