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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Sep 26.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98번째 단추

친구들

01.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던 나의 은사님은 종종 만나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서 식모, 여공, 타이피스트, 다방레지(다방종업원), 버스 차장 등을 했다는 이야기.

뉴욕 특파원으로 일했을 때, 북한 외교관을 만나 전해들은 개마고원 감자가 맛있다는 이야기.

 

그러다 요즘 얘기로 넘어와

교수님은 내게 유튜버를 하라고 하시고 나는 내 성격에 유튜버는 할 수 없다고 답하고.

교수님은 내게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으라고 하시고 나는 책은 사서 읽는 맛이 있다고 답하고.

교수님은 내게 요즘 뭐하냐고 물으시고 나는 책읽고 영화보고 전시보러 다닌다고 답하고.

교수님은 내게 한량이라고 하시고. 나는 맞다고 답하고.

내가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뀐다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징징대면,

교수님은 '절대 모름!'이라고 맞장구를 쳐주신다.  


나이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은 때론 친구 같다. 정말 좋은 친구다.  


02.


친구가 '달 투척'이라는 문자메세지와 함께 달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왠지 너가 좋아할 거 같아서 안 지운 실패작 두 장'이라는 문자메세지를 덧붙여 이상한 선이 남은 달 사진도 보내주었다.     

환하고 밝은 달은 그 친구 같아서 많이 아낀다.  


03.


파란 표지가 맘에 들어 오늘 교보문고에서 최영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를 샀다.

안은 들춰보지도 않았다. 보나마나 좋을 것 같아서.

좋은 글은 언제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친구이다.   


꿈의 페달을 밟고


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네가 쌓은 돌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잡을 수 없는 손으로 너를 더듬고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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