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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삼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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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양하늘 Feb 12. 2017

<삼삼한 이야기>그 열한 번째 단추

오늘의 세 가지 행복

#1. 마지막 면접

다음 주 월요일로 출근일을 정했다. 그동안 꽤 많은 면접을 보았고 고작 한 달 동안의 취업 준비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였다. 최종 합격을 받았지만 입사를 취소한 회사에 대한 미련도 남았고 또 다시 자기소개서를 쓸 생각에 막막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자격요건(계절이 바뀌는 낭만을 즐기는 사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음주가무를 즐기고 식사를 복스럽게 하는 사람 등)이 재밌어서 지원했던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대외 활동부터 장학생 면접, 아르바이트 면접, 취업 면접까지. 이제껏 정말 많은 면접을 보았기에 면접이 별다른 의미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면접은 여러모로 감사했기에 내 기억에 남길 것이다.

우리가 OOO씨를 평가하는 자리지만
OOO씨 또한 우리 회사를 평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자소서에 적힌 포장된 나에 대한 질문도 계속되었고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과 신문 기사에 대해서도 물었다. 면접 시간이 즐거웠던 이유는 내가 인상깊게 읽은 고전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이사님 덕분이었다. 그리고 신문 기사에 대한 나의 견해도 집요하게 물어보셨고 그러다가 간통죄 폐지에 대한 의견까지도 말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본인들은 하지 않으면서 이것저것 시키는 어른들을 싫어했고 남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나부터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면접을 본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비전과 결과물을 한껏 부풀려 놓고 지원자들에게 완벽한 능력치를 바라는 꼴이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다.(면접이 끝난 후에 나는 길거리에서 거지같다를 외쳤고 맥도날드에서 초코콘을 사먹었으며 집에 와서 룸메이트에게 짜증을 부리곤 했다)

이 회사는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고(예를 들어, 나의 특기가 3개 정도 더 있길 바랐던 다른 회사와 달리) 나의 견해와 가치관을 많이 물어보았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역량도 존중해주었고 글쓰기 외에 다른 능력을 키워야 성장할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만약, 부하직원이 실수를 했다면
그건 잘못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 제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으로 놀랐던 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전 광고회사에서 강요했던 성과주의와 인센티브제도와는 달리 이 곳은 성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임원분이 직접 본인의 잘못을 말하는 회사라니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점은 내가 좋아하는 독서였다. 나의 첫 번째 회사로 기분좋은 출발점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2. 소녀 같으세요.

오늘 나의 아르바이트 면접 후기다. 주말 중 하루를 투자해서 돈을 더 벌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성인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알 사람은 알 것이다. 특히 용돈을 받지 않는 경우는 더더욱 근로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적한 작은 동네 카페에서 일하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징징대던 나날이었는데. 오늘 그 카페를 발견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얼마나 상냥하신지. 직접 만드신 쿠키를 주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자녀가 아들 둘 뿐이라 딸이 있는 집이 부럽다고 말씀하셨고 나를 보고 이쁜 딸이 왔다며 좋아하셨다. 이제는 사람을 만날 때, 분위기가 먼저 읽힌다. 말씨와 표정에 따른 고유한 분위기가 그 사람을 드러낸다. 어떤 이는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돈독이 오른 말만을 뱉고 어떤 이는 눈가의 주름만큼이나 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