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ver.
집으로 가는 길.
1층 현관문을 연 순간부터 신이 난다.
어깨를 들썩이며 계단을 올라도 아무하고도 마주치지 않는다.
집밖에 일은 모두 심각한데,
집안에 우리는 장보기때문에 묵찌빠를 하고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은 가볍다.
빨간 후드 집업을 입고 레깅스에 흰 운동화를 신고 읽을 책 한 권을 챙기면 된다.
형식없는 차림으로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면
공부빼고 모든 게 재밌었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지금보다 훨씬, 자유가 가깝게 느껴졌던 그 때.
출근길 나의 모습은 이렇다.
일과 적당한 연관 관계를 지닌 책을 끼고서,
또각또각 소리나는 워커힐을 신고서,
잠깐 시간이 남으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걷노라면,
나름. 어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