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하늘 Mar 02. 2017

<삼삼한 이야기>그 서른 번째 단추

세 가지 날에 대하여 


#1. 월세날



매달 2일. 


큼직한 돈이 나가고, 

몇 마디 말을 나눠본 적 없는 집주인 할아버지가 하루종일 떠오르는 오늘. 


월세살이가 미워 다이어리에 아주 작게 표시해놓은 오늘. 



#2. 월급날



매달 5일. 


월급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차곡차곡 쌓아놓았지만 


이 날만 기다리고 일할까봐 다이어리에 아주 작게 적어놓은 5일.  



#3. 날 위한 날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으면 노예와 다름없다는 니체의 말이 있지만, 

자본주의를 합당한 운영방식으로 선택한 오늘날, 우린 노예보다는 부품에 가깝다. 


월세날과 월급날 사이에 일정한 돈이 오고 가면서 나는 사회의 소모품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상주의자로 살기에는 돈의 맛적당한 낭만의 거리를 알아버린 25세의 방점에서 

나는 기꺼이 부품이 되곤한다. 


허나, 이왕이면 단 하나의 이름있는 부품이 되고 싶다. 

존재의 허무에서 나를 구원해주는 것은 오직 나의 특별함을 찾는 일이니까.  


브런치에 삼삼하게 읽히는 글을 쓰고   

보고싶은 사람에게 전화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단골집 식당 아주머니께 환하게 인사를 하고 

몇몇 은사님들께 안부 인사를 전하면 


오직 날 위한 날이 완성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그 스물여덟 번째 단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