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시간들
여러 가지 시간들.
약속들이 계속 잡힌다. 하지만 모두를 만나지는 않는다.
상습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어 약속을 조율하는 요즘.
시간은 거짓말과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색한 사람과의 30분 식사, 고장난 시간은 멈춰있다.
혼자 한강에서 30분 걷기, 하루의 기분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시간의 장난을 알아버린 나는 적어도 내 시간을
즐겁게 바꾸는 장난꾸러기들만 만난다.
우리의 시간을 보낼 때는, 우리 사이에-로 시작하는 몇 가지 룰이 적용된다.
우리 사이에,
뻔한 자랑은 생략하고 뻔뻔한 자랑은 들어주기로.
우리 사이에,
어설프게 꾸민 못생김은 놀려주기로.
우리 사이에,
사진 속 행복만 믿는 유치함은 버려두기로.
우리 사이에,
참아둔 비속어와 헛소리는 허용하기로.
우리 사이에,
기댈 수 있는 어깨 한 쪽은 상시 대여해주기로.
우리 사이에,
누군가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우리 사이에,
속이 보이는 거짓말도 모른 척 하기로.
우리 사이에,
해야할 일은 말하지 않고 삼키기로.
우리 사이에,
거대한 야망와 상세한 계획은 잠시 까먹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