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하늘 Apr 22. 2017

<삼삼한 이야기>그 87번째 단추

단 하나의 하나


단 하나의 하나. 



#1. 1년 그리고 전화 


생각나서. 전화했어. 

머리를 말리는 중에 영화제를 통해 인연이 닿은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영화 촬영이 끝나서 쉬고 있다고 하셨고 나는 취업을 해서 일한다고 말씀드렸다. 

항상 나에게 무슨 고민이 있니? 라고 물어보는 취미가 있으셨다.  

모두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또 존중하는 멋진 사람이었으니까.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나의 대답에 언제나 그렇듯, 신나게 웃는다. 

조만간 얼굴을 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2. 4년 그리고 시집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의 시집을 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행운은 생의 바닥에서 나를 다시 세워준다.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시집은 4년째 방 구석에서 나를 지켜본다.

똑바로 살라고 혹은 힘내라고. 



#3. 5년 그리고 친구 


밤늦게 놀이터에서 하루를 마무리 할 즈음이면, 전화가 온다. 

무례하지만 내가 깨어있을 거라는 확신에서 온 전화들이다.  

서로가 어떤 말을 뱉든, 대답은 간결하다. 


너니까.


누적된 시간은 많은 서술을 생략하게 도와준다. 


 



우리는 

단 하나의 하나로.

혹은

누군가의 단 하나로 살고 있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그 83번째 단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