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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Jan 01.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11번째 단추  

세 가지 안녕 

2017년이 제멋대로 갔다. 

2018년은 제멋대로 왔다. 


시간과 사건 혹은 사람과 감정이 

오고 감에 있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오직 즐거운 인사. 안녕!  


#1. 안녕, 처음

일 년 동안 가장 열심히 인사한 닭집 고양이 


누가 처음이 설레다고 했던가. 처음은 고약한 것이다. 

첫 직장 생활. 나의 처음 또한 어설프고 이상했다. 

마치 수학의 정석 연습문제처럼 맨 뒷장에 답이 있다면 계속 베껴보고 싶을 정도로. 

모종의 힌트를 바란 적이 있었다.

물론, 성격상 도움을 요청하는 건 낯간지러운 일이었고 최대한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했다. 

계속 부딪히면 어딘가 해결점 비스므리한 작은 구멍이 생겨나는 건 살면서 터득한 지혜였으니까. 


항상 일이 좋았던 건 아니다. 글쓰기가 좋다고 흔히 말하고 다녔지만, 쉬운 적은 없었다.

다만 가장 많은 시간 글을 쓰고 있을 뿐. 


안녕, 처음. 

처음은 정말 별 거 없다. 처음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처음보다 중요한 일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므로.     



#2. 안녕, 그 사이즈음 

햇살같은 사람들

지난 1년을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많났고 너무 많은 일을 했다. 내 글 몇 자를 끄적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 중 몇 사람에게 인사를 전해야 한다면, 인사 말고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다. 내 시간을 깊게 만들어준 사람들 덕분에 나는 무럭무럭 자랐다. 똑같은 1년, 똑같은 1분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있었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지나간다. 누구보다 301호에 사는 사람들. 내 친구이자 동거인에게 고맙다. 같이 그네타러 가자고, 방문을 발칵 열고 맥주 한 캔 마시자고. 자는 사람 깨워서 내 푸념 상념 모두 들어달라고 졸라도 내 곁에 있어준다. 다 읽은 책을 들고와서 이야기를 나눠도 되고 아무 때나 케이크를 사와서 파티를 열어도 된다. 서로의 친구를 데려와도 불편해한 적이 없다. 언제고 친구의 친구를 사귀었고 편하게 대해주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을 지켜줄 때면, 내가 세상에 중심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일년의 시작과 끝. 그 사이즈음.  

좋은 사람들이 날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고마운 인사,안녕! 



#3. 안녕, 마지막 

이건 나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 

언제나 지금처럼 자라나는 사람이 되길. 

더 열심히 읽고 보고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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