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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Feb 01. 2017

<삼삼한 이야기> 그 두 번째 단추


오늘의 세 가지 단상.  



#1. 어른 



나는 솔직하지 못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의 세계는 그러하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은 각자의 사정이 되어 남들에겐 별 볼 일 없는 일로 비춰진다. 아파도 슬퍼도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야만 한다. 그래서 아주 가끔 아이가 되고 싶다.


독감에 걸려 잠 못 이루는 밤 24시 병원을 찾을 때,
선의를 갖고 베푼 일이 악행으로 비춰질 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짜일 때,
생활비도 없는데 월세날이 다가올 때,
이상한 사람들에게 원치않는 호의를 받을 때,
하고 싶은 일이 다가온 순간 시간과 돈이 없어 떠나보낼 때


아이처럼 울고싶다. 오늘도 나는 강한 사람이 될테지만 생각보다 매정하고 눈물나는 세상은 때때로 나를 흔들어놓는다.

 



#2. 그럴 수도 있지



얼마 전부터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교정 일을 하고 있다. 하루종일 활자를 들여다보고 문맥에 맞는 문장인지, 띄어쓰기나 문장부호가 올바른지 체크한다. 이상하게도 틀린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기뻤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의 여백이랄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빨간 펜으로 V자를 그리는 중이다. 나는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리고 그 실수를 0으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이 즐겁다. 누군가의 실수를 마주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해주고 싶다.

                                                                          


#3. 엄마 전화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 전화가 왔다. 자주 오지는 않는다. 이 주에 한 번 정도 올까 말까. 그리고 잘 지내느냐고, 밥 굶지 말라고,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잘 지낸다고, 밥 잘 챙겨먹는다고, 건강하다고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엄마 빼고 다 나를 믿어준다. 사회 생활도 혼자 사는 삶도 다 잘해낸다고 말한다. 엄마 눈에만 나는 가출과 방황을 일삼던 학창시절에 머물러 있다.


물론, 늘 거짓말을 했다. 어디냐고 물으면 집이라 대답했고 놀고 있어도 공부를 한다고 했고 돈이 없어도 있다고 했고 아파도 건강하다고 했다.


누구나 하는 거짓말. 내 걱정까지 시키기엔 엄마의 삶이 아까웠으니까 할 수밖에 없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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