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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Feb 04.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28번째 단추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이 있을 때. 각자의 온전한 성격이 보인다.

그땐, 서로를 덜 숨겨도 되니까.

전화를 할 때 밥을 먹을 때 길을 걸을 때. 

들려오는 아흐. 

솔직한 웃음소리.   

 


1. 아침 전화 


김치 보내줄게, 먹을 거야? 

엄마아- 근데에- 우린 밥을 잘 안머거어-.

알지, 좀 챙겨먹어. 한라봉도 같이 보낸다. 

으으응- 

출근 안해?  

느읒게-


나는 원래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 사람이다.

엄마랑 통화할 때는 나무늘보가 된다. 여전히 아침 잠에 든 채로, 눈을 감고 느린 대답을 이어간다. 

엄마는 나무늘보 딸을 낳은 사람이니까. 다 알 거다. 

빠르고 명확하게 말할수록 나는 나와 멀어진 모습이다. 


엄마랑 딸. 때론 여자와 여자. 때론 중년과 젊은이. 

서로를 아는 오직 두 사람에게 다른 모습은 필요없다.  


2. 바다 보고 싶다


바다 보고 싶어. 


좋은 사람 앞에서 뱉는 말. 


저기 한 번 가볼까. 


늘 가고 싶은 곳이 넘쳐나는 오직 두 사람.


3. 야 


야, 아까 내가 고기 네 앞으로 다 옮겼는데,

니가 다시 내 앞으로 다 옮겨놨어. 


아, 진짜? 몰랐어. 


아무 생각없이 서로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우린 오직 두 사람. 


늘 제 뒤에 있어주세요. 앞에도, 옆에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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