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엄마 이전에도 자유로웠던가?
밤에 애들을 재우고 뭘 한다는 건 상당한 긴장감을 동반하는 일이다. 푹 잠이 들지 않았거나 어떤 이유로든 잠에서 깬 아이들이 잠자리를 더듬어 내가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고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5살 큰 아이야 설명이 가능한데다 워낙 숙면하는 타입이라 마음이 놓이는데 문제는 둘째.
어느 저녁, 오랜만에 손 볼 것이 생겨 컴퓨터를 켜두고 타이핑 하려는 순간 울음소리가 들렸다. 망했구나.싶었지만
능숙한 남편이 있어 기대감을 가지고 조금 더 뜸을 들였다.
....
그러나.....
....
다른 날과는 다르게 여간해선 그치긴 커녕 울음의 강도가 점점 세졌다. 하는 수 없이 방에서 나오는 마음이 왜 그렇게 분하던지.
하지만 나보다 몇 배는 더 분한 녀석이 따로 있었다.
안아주자 금방 그쳤지만 계속 상기되는지 그 후로 그쳤다 복받쳐 다시 울다를 반복했고 반복할수록 울음과 새된 비명의 세기가 커졌다.
고막이 찢기는 비명은 몇 번 더 반복되다가 등짝을 몇 대 맞고나서 짧고 크게 반항한 뒤에야 멈췄다.
미안했다. 그리고 뜨거운 체념이 또르르 흘러나왔다. 문득 어떤 두려움이 커다란 장막이 되어 그것의 양쪽 모서리를 잡은 아이들이 나를 애워싸며 꽁꽁 싸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대자로 누워 천정을 노려보고 있으니 점차 아이들의 숨소리가 차분해졌다. 다시 방에 갈까하다가 포기하고 아일 달래며 떠오른 걸 메모하기위해 침대 머리에 올려둔 휴대전화를 집었는데 순간 미끄러지며 콧등으로 세게 떨어졌다.
........
(등짝을 때린자는 콧등을 맞을지니.)
..........
음소거로 화를 내며 들어올린 휴대전화의 덤덤한 까만 액정을 보자
두려움이 조금 옅어지고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허탈하기도해서.
엄마의 자유는 아직 멀었나보다.
조그만 틈이 생겼다고 냅다 발을 넣고는
꽉 끼어버린 모습에
이내 머쓱해진다.
잠이나 자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