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온라인 다크 패턴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다크 패턴이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만적인 디자인을 뜻하는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기에 기업의 목표와 디자이너의 윤리 의식 사이의 모호함이 문제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0월 24일부터 구체적인 규제 적용이 시행되어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하는 다크 패턴은 4개 범주, 19개 유형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유형 별 구체적인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숨은 갱신
서비스 유료 전환 또는 대금 증액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에 대한 소비자의 명확한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정한 기간을 두고 소비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함으로써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순차공개 가격 책정
소비자가 접하는 상품의 첫 화면에서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위해 지급해야 하는 대금의 총액을 정확하게 표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유형은 흔히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주로 보이는 상품 검색 결과 페이지와 실제 결제 페이지에서 보이는 금액이 다른 경우를 뜻합니다.
위와 같은 예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는 필수적인 비용을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소비자의 선택으로 최종 금액이 변경되는 경우는 인정됩니다. (다만, 이 경우도 금액 변경 가능성에 대해 미리 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3. 몰래 장바구니 추가
소비자가 선택해서 장바구니에 넣은 상품을 제외하고는 장바구니에 어떤 상품을 추가하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건 당연한 내용 같은데 이런 패턴이 사용되었으니 가이드가 생겼을 것 같아 놀랍습니다.
4. 거짓 할인
할인에 관한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해 소비자가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게 유도해서는 안됩니다.
특가 코너를 운영하며 다른 판매처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한다거나, 할인율이나 금액이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다른 경우에도 가장 큰 할인율과 가장 낮은 금액을 표기하는 경우가 속할 수 있습니다.
5. 거짓 추천
불리한 후기를 삭제하거나 유리한 후기를 거짓으로 작성해서는 안됩니다.
이 유형엔 후기 정렬 기준을 최신순/추천순/평점순으로 선택할 수 있게 표시하지만, 실제론 평이 좋은 후기만 상단에 노출되게 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6. 유인 판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표시· 광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고가 없는 인기 제품을 이용해 유인하거나, 소개팅 앱 등에서 실제 이용자가 아닌 모델을 이용자처럼 표기하는 등이 포함됩니다.
7. 위장 광고
온라인 콘텐츠에 경제적 대가가 제공되었을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때 논란이 됐던 '뒷광고'와 관련된 조항입니다.
8. 속임수 질문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대답이나 선택을 하도록 속임수를 써서 질문하는 행위, 또는 매우 주의 깊게 보아야만 정확히 알 수 있는 내용을 물어선 안됩니다.
어떤 선택지를 제공할 때 하나의 질문이 하나의 명확한 뜻을 갖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9. 잘못된 계층 구조
소비자에게 선택항목을 제공할 때 각 선택항목들이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하여, 소비자가 중립적인 화면을 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면 구석에 취소 버튼을 작게 두거나, 배경색과 유사하게 처리해 disabled 상태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행위 등이 해당합니다.
10. 특정 옵션의 사전 선택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사항(옵션)을 미리 선택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선 안됩니다.
11. 취소·탈퇴 등의 방해
소비자가 회원가입이나 구매 계약 체결 등을 체결한 것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간소한 절차로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전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탈퇴하려고 했을 때, 앱 내에서 탈퇴가 불가하고 직접 고객센터로 문의를 해야만 탈퇴가 가능해 불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심지어 고객센터 연결은 은행급으로 대기가 길었던..) 이 경험을 통해 당장의 탈퇴를 막으려다 영원히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가이드와 무관하게 꼭 정도를 지켜야 하는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12. 숨겨진 정보
상품의 중요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13. 가격 비교 방해
같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 은폐· 축소· 누락 없이 정확히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14. 클릭 피로감 유발
소비자가 유리한 옵션을 선택하거나 원하는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클릭(터치)이 필요하도록 만들어 소비자 스스로 피로감을 느껴 자신에게 유리한 옵션 선택이나 정보 수집을 포기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됩니다.
15. 반복 간섭
소비자가 어떠한 의사표시를 이미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의사표시를 할 것을 반복하여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서비스 내에서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행동을 할 경우 dialog 등으로 다시 한번 확인을 받게 되는데, 이런 한 번 정도의 결정 번복 의사를 묻는 건 괜찮지만, 같은 질문을 두 번 이상 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합니다.
16. 감정적 언어 사용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게끔 하는 문구를 사용해 그 선택을 회피하고 사업자가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됩니다.
UX 라이팅에서 자주 언급되는 컨펌 쉐이밍(Confirm Shaming)에 관한 조항입니다. 흔한 예로 '불편하지만 웹에서 보기', '혜택 포기하기' 등이 있습니다.
17. 시간제한 알림
거짓으로 특정시간 또는 특정기간에만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고 표시하여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해서는 안됩니다.
18. 낮은 재고 알림
거짓으로 재고가 없거나 수요가 높다는 내용을 표시하여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해서는 안됩니다.
19.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거짓으로 최근 해당 상품을 보거나 구매한 소비자의 수를 표시하여 해당 상품의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UX에 자주 언급되는 심리학 이론 중 사회적 증거(Social Proof)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나 거짓으로 표시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사용자는 똑똑합니다. 우리가 설계한 제품이 어떤 이론 기반으로 설계되었는지는 모를 수 있어도,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며 얻은 직감으로 불편하다,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좋지 않다는 판단이 결국 제품을 다시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크 패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당장은 제품을 만드는 우리에게 번거롭게 느껴질지라도 결국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규제를 알고, 디자이너 자신의 의지에 의해 좋은 경험을 설계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