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의 끝판 왕

<2>

by 디딤돌


< 당랑거철. 螳螂拒轍 >

20231009_151547.jpg (2023년 가을 산책길에서 마주친 사마귀)


산책길에서 강적을 만났다. 다름 아닌 사마귀다. 이 녀석들의 특징은 아무리 위협을 가해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당랑거철”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임전무퇴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신라 화랑도들에게 사마귀의 기품(?)을 가르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말이기에 상황에 맞게 유리한 방향으로 인용하는 듯하다.


이 곤충을 본 후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일련의 탱크 이동을 정면으로 막아서고 있던 한 사나이("탱크맨"이라 불림)다. 무모했지만 배포와 용기의 가상함은 전율로 다가왔다. 행동하는 양심의 전형인 셈이다. ‘권력자의 눈에는 하룻강아지로 보였을 것이고 민주화와 더 나은 사회변화를 꿈꾸었던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불빛으로 남았을 것이다.’


장년층이라면 홍콩 무술영화의 매력에 빠져든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화려한 무술 액션이 볼만했는데 “당랑권법”이라는 무술도 있다. 바로 사마귀가 매미를 사냥하기 전에 취하는 자세라고 한다. 적당한 노력으로 무림의 고수가 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미물들의 행동까지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응용하는 지혜야말로 고수가 되기 위한 덕목 중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의외로 사마귀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사마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들은 힘 좀 쓴다 하는 거미, 말벌, 잠자리를 모두 평정하는 곤충계 최상위 포식자다. ‘무소불위의 독재자를 연상시킨다.’ 사진을 보면 몸통 가장자리 날개 부분만 초록색을 띠고 있다. 황혼길에 들어선 지금은 신체 대부분이 흑갈색으로 변한 것이다. 한철을 풍미했지만 반년도 못 채우고 이젠 떠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다.


사람이든 미물이든 마지막 모습은 많은 생각을 소환케 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법칙임에도 연민의 정이 발동함은 무슨 연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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